튀르키예, 떠돌이 개 안락사 법안 통과


튀르키예 의회가 약 400만 마리에 달하는 떠돌이 개를 없애기 위한 법안을 승인했다. 야당과 동물권 단체 등에선 생명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반발에 나섰다.

31일(현지 시각) AP통신은 튀르키예 의회가 유기 동물 개체 수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유기동물을 보호소에 수용하고, 말기 질환을 앓고 있거나 공격적인 성향의 동물 등은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2028년까지 유기 동물 보호소를 짓거나 기존 보호소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유기 동물을 통제하지 않는 지자체장을 처벌하는 규정도 생겼다. 반려동물을 유기했을 시 벌금도 2,000리라(약 8만 원)에서 6만 리라(약 252만 원)로 크게 늘어났다.

앞서 튀르키예에서는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올해 초 수도 앙카라에서 한 어린이가 개에게 공격당해 중상을 입었으며, 2022년에는 9세 어린이가 떠돌이 개들로부터 도망치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 일이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AKP 당내 회의에서 "우리는 세계 문명국가나 현대도시 어디에도 없는 떠돌이 개 증가 현상을 보고 있다"며 들개가 어린이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물권 단체는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일부 지자체가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질병을 명분으로 안락사 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튀르키예는 1910년에도 8만 마리의 유기견들을 이스탄불 근처 섬으로 옮겨 아사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시그뎀 악소이는 AP통신에 “내가 아는 한 아무도 신이 창조한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외즈귀르 외젤 대표는 “이 법안은 명백히 위헌이며 생명권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자체가 가진 권한으로 법안이 규정한 부담을 완전히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튀르키예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안의 취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