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앞둔 한남3구역, ‘평형 배분’ 갈등 변수될까

대형보다 중형 증가한 촉진변경안, “특정 조합원만 이득” 반발 나와

서울 용산구 소재 한남뉴타운 3구역 일대.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한남재정비촉진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장주, 한남3구역이 또다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평형 배분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현 조합이 내놓은 새 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오는 11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장 등 임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일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일부 한남3구역 조합원과 대의원 다수가 조합 사무실로 항의성 방문을 했다. 조합이 새로 내놓은 촉진계획변경안이 중형 타입(전용면적 60~85㎡) 세대 수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특정 조합원들에게만 유리하게 짜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지난해 8월 남산 경관보호를 위해 막힌 90미터 고도제한을 풀어 층수를 높이는 내용의 촉진계획변경안을 마련했으나,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와 협의 끝에 층수를 높이는 대신, 2019년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보다 건축물 연면적을 약 4만㎡ 늘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면적은 지하층이나 발코니 면적 등을 제외한 건축물 전체 내부 면적을 의미한다. 즉 새로 확보한 연면적으로 아파트 가구별 면적을 넓히거나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현재 한남3구역 조합이 내놓은 촉진계획변경안은 넓어진 연면적을 중형 타입에 가장 많이 할당하고 있다. 5년 전 사업시행계획 당시보다 대형 타입(전용면적 85㎡)이 기존 948가구(16.3%)에서 1048가구(17.5%)로 100가구 증가했다. 한남4구역과 5구역은 대형타입 비중이 30~40%에 달한다.

중형 타입은 1851가구(31.83%)에서 2305가구(38.48%)로 이보다 대폭(454가구) 늘었다. 소형타입(전용면적 60㎡ 이하)은 임대 포함 5816(51.87%)에서 5990(44.02%)으로 174가구 많아졌으나 비율은 줄었다.

이에 대해 항의가 이어지자, 조합은 대형 타입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업시행 인가 당시 서울시 권장사항에 따라 전용면적 85㎡ 미만 비율을 80% 유지해야 하기에 조합원들이 요구한 ‘대형 비율 25% 이상’으로의 변화는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 측 조합원들은 “사업시행 인가 당시와 서울시 입장이 바뀐 데다, 비슷한 시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한남2구역도 대형 타입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촉진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반박한다.

조합원들은 촉진변경안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아파트 고급화를 위해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대형 타입 세대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전용면적 59~84㎡ 중소형 타입 비중이 많은 아파트는 시장에서 고급 단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서울 용산구 소재 한남뉴타운은 한남더힐, 나인원 한남, 유엔빌리지 등 고급주택 단지가 밀집한 한남대로 일대와 가까워 대형 면적의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3구역은 다른 한남뉴타운 구역 대비 가장 대형이 적고 소형 타입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뉴타운 지정 전부터 일명 ‘지분 쪼개기’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분 쪼개기는 다가구 주택 등을 구분 등기하는 방식 등으로 조합원 입주권 수를 늘리는 재개발 투기 수법이다. 따라서 대지지분 및 감정평가액(종전자산평가액)이 낮은 조합원 수가 많고, 그만큼 같은 토지면적에 많은 세대를 짓기 위해 소형 비중이 높아지게 되는 구조다.

현재 촉진계획안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조합원 간 형평성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조창원 조합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이 기존에 보유한 지분이 작아 소형 타입만 분양신청을 할 수 있었던 조합원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형 타입 세대 수가 대폭 늘면, 소형 타입에서 이들 중형 세대로 상향해 분양 신청할 기회가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 중형 타입 세대가 대형으로 상향할 수 있는 문은 좁다.

한 조합원은 “조합은 그 흔한 조합원 설문조사도 없이 깜깜이로 촉진변경안을 마련해 통보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현 조합장과 지지세력들을 위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의원들은 다음 주 중으로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들은 일부 조합원들이 사태를 지나치게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아직 촉진계획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조합원들 의견을 수렴해 변경할 수 있다”면서 “벌써 이주율이 95%에 달해 빠른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세력이 괜한 ‘트집 잡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임원이나 조합원이 조합장 후보 출마자로 물망이 오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임원 선거를 앞두고 잠재적인 조합장 후보들이 ‘매의 눈’으로 조합을 지켜보며 비판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 조합이 재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정당한 비판의 소리나 중대형 타입을 배정받는 조합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8일 오후 2시 보광중앙교회에서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연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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