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화재 10년 간 1400건···차 화재 절반 이상 전기가 원인
입력 2024-08-08 08:01:20
수정 2024-08-08 08:01:24
지난 10년 동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의 절반 이상이 과부하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적절한 소방시설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건물 지하 전기차 화재안전 진단 및 안전대책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3∼2022년 국내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1399건으로 집계됐다.
10년간 지하주차장 화재 가운데 자동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611건으로 43.7%를 차지했다. 자동차 화재를 원인별로 보면 과부하, 과전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이 324건(53.0%)으로 가장 많았다.
기계적 요인은 18.0%,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7.4%,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15.5%였다.
지하주차장 자동차 화재 가운데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조사된 사례는 24건이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구분하지 않은 통계지만 전기차는 통상 전기적 요인, 내연기관차는 기계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진화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설비가 설치된 지하주차장들이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지난해 10∼11월 지하주차장 5곳의 전기차 충전구역 및 충전장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기차 화재 시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소방 설비가 대부분 없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주차장마다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었지만 모두 준비작동식이었다.
배관 전체에 가압수가 들어가 있는 습식 헤드스프링클러와 달리, 준비작동식은 일부에만 가압수가 있어 실제 작동률이 높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전기차 충전구역에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발생한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소방당국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현장조사 결과 주차장 5곳 모두 전기차 화재 진압에 효과가 있는 질식 소화포가 없었고, 폐쇄회로(CC)TV는 있었지만 정작 전기차 충전구역은 감시 사각지대였다.
보고서는 "전기차 화재 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로 진압이 매우 어려워 화재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일각에선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빼야 한다고 주장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설비가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경우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습식 헤드가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최우선으로 권장되며 동파 방지를 위해 부동액이나 열선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연구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기차 화재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9월부터 시가 운영하는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충전율을 80%로 제한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