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부산시 한 공립중학교장에게 학생의 염색·파마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월 해당 학교가 학생의 염색·파마를 금지해 두발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재학생 진정을 검토한 뒤 이 같은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 조사 결과, 당시 이 학교는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두발 형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염색과 파마를 금지하는 두발 규제를 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이 같은 규제가 기본권 제한에 관한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며 행복 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개인이 두발 등 외모를 어떤 형태로 유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개성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이자 자기결정권 영역"이라며 "외모의 자유는 기본권의 구체적 실현으로서 보장돼야 하며 제한과 단속은 최소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이 머리를 기르거나 파마·염색을 할 경우 학교 이미지·면학 분위기가 손상된다거나 유해환경과 접촉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모호한 추론에 불과할 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기본권 제한의 명확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다수 의견에 따라 기존 교칙대로 두발 규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학교 측에 유감을 표하고 "학교는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권고 내용을 공표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