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대형 사고에 고개 숙인 임종룡 “저 포함 경영진 책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관련해 “우리금융을 변함없이 신뢰하는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며 12일 고개를 숙였다.

우리금융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임원 회의에서 임 회장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긴급 임원 회의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지주사와 은행 임원 모두가 참석했다.

임 회장은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따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문제를 인지하고 비호없이 자체적으로 바로 잡아보고자 했으나 상황이 확대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내부통제시스템 허점 등을 꼽았다.

그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끄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업무처리 관행·상하간의 관계·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임 회장은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 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최근 4년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 등에 600억원대 대출을 실행했으며, 이 중 350억원 가량은 심사 등에서 통상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적정 대출인 것으로 파악됐다. 손태승 전 회장이 해당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이번 만이 아니다. 수백억원의 내부 직원 횡령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달엔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대리급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고객 17명 명의로 대출을 신청해 177억7000만원을 챙겼다.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발생한 바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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