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부정대출” 회장부터 말단까지 착복 사건... 우리銀, 시스템 개선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616억원 규모 친인척 특혜대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회장부터 말단직원까지 부당한 이익을 취할수 있는 우리은행 시스템에 근본적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이용자 및 소상공인 등 서민들에게는 깐깐하게 대출을 하고, 이자로 큰 수익을 올리면서 임직원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지만 연이은 임직원 일탈에 따른 경영진의 사과가 이번 한번뿐이 아니어서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진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민에게는 문턱이 높고 회장님 친인척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대출 시스템에 대해 고객들이 믿음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임 회장 역시 이날 본사에서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횡령 사고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깊은 실망감을 느낄 현장의 직원들 입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낀다”며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이날 구체적인 시스템 개선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도 그럴것이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의 시스템은 제대로 개선된 적이 없었다.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로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 177억7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빼돌려 구속기소됐다.

2022년 전에는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7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범행의 경우 8년에 걸쳐 진행되면서도 적발되지 않아 우리은행 내부 감시망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은행에서 발생한 이같은 문제는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금융 소비자들의 경험과 맞물려 더 큰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민대출은 그렇게 깐깐하게 심사하면서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돈을 빼가도 모른 채 방치한 것"이라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을 차주로 둔 직장인 A씨는 “금리인하 대상자라고 문자가 와서 실제 조회해 보니 인하 요건이 안된다고 퇴짜를 맞았다”며 “금리를 올릴 때는 부동산 경기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한 번 올라간 금리는 내려가기 힘든 서민의 고충을 느끼던 차에 이번 사건을 접하니 울화통이 치민다”고 토로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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