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가 모자와 자주색 슈트의 비밀…패션으로 대선판 흔드는 트럼프·해리스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정치인의 패션 전략
정치적 메시지·대중적 반응의 균형·조화가 관건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AP·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 정치 매체 더힐은 올해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0.3%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치에서 패션을 통한 메시지 전달은 중요한 요소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패션 선택은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도구다.

두 정치인이 어떻게 패션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이미지 브랜딩 측면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① 해리스의 옷장 속 정치
테일러드 슈트로 전하는 권력과 통합의 메시지

해리스는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매우 정교한 접근을 취해왔다.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테일러드 바지 정장은 해리스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스타일은 해리스가 여성 리더십과 권위를 표현하고 동시에 지나치게 여성스러움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프로페셔널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이러한 패션 전략은 그가 정치 무대에서 신뢰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데 도움을 줬다.

색상 선택은 또 다른 중요한 요소였다. 해리스는 자주 플럼색(자주색) 정장을 입었는데 이는 긍정적 변화를 상징하면서도 전통적인 정치적 색상 구도에서 벗어나 미국 사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의도는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퍼플 코트와 드레스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의상은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서는 통합의 메시지를 시사하며 해리스의 패션이 단순한 옷을 넘어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해리스는 2020년 대선 승리 연설에서 흰색 팬츠 슈트를 입었다. 흰색은 역사적으로 여성의 권리와 연관돼 있다. 해리스는 흰색 의상을 통해 자신이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적 연장선상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선택은 해리스가 여성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의 정치적 입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된다.


순백의 정장을 입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11월 7일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당선 승리 연설 무대에 선 모습. 시진=EPA·연합뉴스


② 컨버스와 팀버랜드
거리와 권력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발 정치학

해리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종종 컨버스 스니커즈와 팀버랜드 부츠를 착용했다. 이러한 신발 선택은 해리스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해리스가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할 때 팀버랜드 부츠를 신고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은 그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 리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컨버스 스니커즈 역시 해리스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선거 운동 중 ‘Black Joy’, ‘Stop Hate’, ‘Love 2020’과 같은 문구가 적힌 핀을 컨버스에 부착해 단순한 패션을 넘어 보다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선택은 해리스가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치적 입장을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22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③ 트럼프의 시각적 권력
빨간 넥타이와 ‘MAGA’ 모자의 정치적 전략

트럼프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빨간 넥타이는 그가 원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빨간색은 일반적으로 강력한 감정과 관련이 있으며 트럼프는 이를 통해 ‘힘’과 ‘애국심’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빨간 넥타이는 트럼프가 대중 연설이나 중요한 정치적 행사에서 자주 착용했으며 그의 권위와 결단력을 강조하는 데 사용됐다. 트럼프는 일반적인 넥타이보다 훨씬 긴 넥타이를 자주 착용했는데 이는 그의 자신감과 권력을 시각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과장된 스타일은 트럼프가 자신을 비범한 인물로 포지셔닝하고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된다. 또한 트럼프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모자를 착용하며 덜 공식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 모자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트럼프를 친근한 인물로 보이게 했다. 이러한 패션 선택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변화하는 여론과 함께 진화하는 패션 전략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여론의 변화에 따라 의상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해왔다. 트럼프는 지지율이 떨어질 때 더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밝은 색상과 덜 공식적인 복장을 선택했으며 해리스는 중요한 정치적 순간마다 색상과 스타일을 변화시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예를 들어 해리스는 대선 캠페인 초기에는 전통적인 어두운 색상의 정장을 주로 선택했지만 대선 승리가 가까워지면서 더 밝고 생동감 있는 색상을 선택해 긍정적인 변화를 상징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가 여론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권위와 결단력을 강조하는 의상에서부터 친근함을 내세우는 복장까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줬다. 해리스는 색상과 스타일을 통해 통합과 변화를 상징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 사람은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대중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트럼프와 해리스는 정치 무대에서 패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트럼프의 길게 맨 붉은 넥타이와 모자는 강렬함과 결단력을 상징한다.

해리스는 때때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의상을 선택해 사회적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두 사람 모두 패션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 파워를 잘 알고 있다.

트럼프의 패션 선택은 강력한 리더십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일부 사람에게는 과장된 자아를 드러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해리스는 보다 포용적이고 연대감을 강조하는 패션을 선택하지만 일부 보수층에는 정치적 올바름을 과시하는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결국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패션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다양한 반응을 고려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그들의 정치적 정체성과 공약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복잡한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대선 향방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정치인에게 패션은 총보다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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