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소비 감소하는 가운데
현대백화점, 업계 유일 2분기 실적 개선
백화점 별도 매출 6119억원, 영업익 710억원
영업익, 전년 동기 대비 15.8% 개선
더현대 브랜드 가치 상승에 고객 몰려
트렌드 세터 자리매김하고 고객군도 확대
이 장면들은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준다. ‘무지출 챌린지’, ‘욜로 대신 요노’ 등이 젊은층의 소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로 꼽힌다. 요노는 ‘필요한 것은 단 하나(YONO, You Only Need One)’의 약자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 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9.0% 감소했다. 소비 경기 둔화의 영향이다. 유일하게 현대백화점만이 전년 대비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이 다른 백화점과 달랐던 점은 ‘집객력’이다. 한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에는 사람만 많지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백화점에 온 고객들이 지갑을 열며 수익성 개선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 ‘더현대’라는 브랜드 가치 상승현대백화점 실적이 공개되자 증권업계에서는 앞다퉈 분석 보고서를 쏟아냈다. ‘본업이 다했다’(신한투자증권), ‘백화점 우선순위는 현대’(한화투자증권), ‘패션은 더현대’(한국투자증권) 등의 제목을 달았다.
현대백화점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238억원, 영업이익은 428억원이다. 매출은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0% 감소했다.
그런데 백화점 별도 실적은 다른 흐름이다. 매출은 6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10억원으로 15.8% 늘었다. 매출 기준 업계 2위인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589억원)을 크게 뛰어넘었으며 신세계백화점(818억원)과는 불과 100억원 차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누스의 더딘 실적 개선은 다소 아쉽지만 백화점의 안정적인 실적 개선이 이를 상쇄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이 긍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인지도 증가 △MZ세대 소비처 자리매김 △신규 브랜드 선점 △외국인 고객 비중 확대 등이 꼽힌다.
첫 번째 포인트는 ‘더현대’ 브랜드의 인지도가 확대되며 더현대 서울, 판교점, 무역센터점 등은 메가 점포(전체 매출에 영향을 주는 핵심 점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편하게 들러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거나 맛집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확보한 콘텐츠가 집객 효과로 이어진 영향이다.
‘더현대 대구’도 마찬가지다. 더현대 대구는 리뉴얼 후 1년간 약 350회에 달하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유치해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더현대 대구를 방문하는 고객을 연령대별로 보면 MZ세대의 트래픽 비중은 약 42.0%다. 더현대 대구를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 트래픽(27%)을 1.5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2030세대는 매출도 많이 올려줬다. 리뉴얼 후 1년간 지하 2층 MZ세대 전문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매출은 29% 증가했다. 지하 1층 테이스티 대구(TASTY DAEGU)는 고객 수와 매출이 각각 37%, 32% 증가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의 점포 경쟁력은 계속 상향 중”이라며 “특히 더현대는 올 상반기 매출 성장률이 15%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현대백화점이 확보한 콘텐츠는 트렌드 세터 이미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분기 현대백화점의 카테고리별 매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스포츠 10% △영패션 9% △아동 7% △뷰티 6% △명품 2% △식품 2% 등으로 대부분의 카테고리가 고르게 개선됐다.
영패션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백화점의 핵심 카테고리인 여성 패션과 남성 패션의 매출 역성장(-1%)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영패션은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의류 브랜드를 의미한다. 여성·남성 패션 대비 가격대가 낮고 신진 브랜드 위주로 구성돼 수익성 측면에서는 기여도가 낮다.
그러나 영패션은 젊은층의 모객에 도움이 됐고 나아가 ‘힙한 이미지’를 얻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10.7% 늘어난 스포츠 카테고리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현대백화점의 적극적인 신규 브랜드 확보가 주효했다. 올해 현대백화점은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크랙앤칼(8월, 판교점) △아이스버그(3월, 무역센터점) 등의 골프 의류 브랜드를 새로 입점시켰다. 또 스웨덴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2월, 판교점) 등 다양한 스포츠 의류 브랜드도 확보하고 있다.
영패션 카테고리 역시 △올세인츠(4월, 압구정본점) △세터(3월, 판교점) 등 신규 영패션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8월 14일에는 판교점에 ‘아비에무아’도 신규 오픈했다. 아베이무아는 가수 다비치 멤버인 강민경이 론칭한 브랜드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와 달리 백화점 부문이 영업이익 증익을 기록한 이유는 회사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는 의류 매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도 고객으로 흡수올해 2분기 현대백화점의 명품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 성장에 그치며 둔화세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로 늘었다.
고객 기반을 확대한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있다. 더현대 서울, 무역센터점 등 서울 주요 점포들이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 모두 올 상반기 외국인 고객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고객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1%에서 올해 13.8%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무역센터점 역시 같은 기간 10.8%에서 13.6%로 늘어났다.
지난 2월 현대백화점이 외국인 전용 멤버십 ‘H포인트글로벌’을 출시한 것도 외국인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이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백화점·아울렛·면세점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7%를 적립하는 게 주요 혜택이다. 회원 수는 3개월 만에 3만 명, 5개월 만에 5만 명을 돌파했다. 외국인 고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진협·최영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더현대 서울과 무역점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소비 침체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