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정 꿀조합’ 공유하며 노는 MZ…커스텀 먹거리가 뜬다

고물가 영향으로 외식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는 외식 메뉴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재료와 토핑으로 커스텀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선택지는 다채롭고 급변하는 취향을 가진 젊은층으로부터 꾸준한 소비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합 레시피 게시글이 공유되며, 해당 메뉴를 중심으로 ‘디토소비(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구매)’ 현상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이 대표적인 예다. 2021년 1호점을 낸 요아정은 최근 다비치 강민경 등 유명인들의 요아정 먹방이 화제가 되며 급성장해, 지난 6월 기준으로는 전국 3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요아정의 흥행에 있어 50여 가지가 넘는 토핑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먹는 사람마다 색다른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이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한 것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기반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요아정 꿀조합’ 키워드의 네이버 검색량은 최근 한 달 기준(7월 21일~8월 19일) 17만 건에 달한다.

요아정이 인기를 끌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요아정 꿀조합’ 콘텐츠 역시 급격하게 늘어났다. 최근 보이그룹 ‘라이즈’ 멤버 성찬의 ‘요아정 5억 정식’은 밈으로 자리 잡았다. 팬에게 요아정 토핑 조합을 추천해 주며, 이렇게 먹으면 5억이 나온다고 농담한 것이 밈으로 탄생한 것이다.

또 50여 가지 요아정 토핑을 모두 추가해 먹는 유튜버의 숏폼은 조회수 446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요아정 토핑을 입맛대로 조합해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MZ세대 사이에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뷔페 레스토랑 애슐리퀸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애슐리퀸즈의 샐러드바에는 버거나 타코, 비빔밥, 디저트 등 다양한 조합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코너가 많다. SNS에는 애슐리를 배경으로 한 ‘나만의 뷔페 꿀조합’, ‘나만의 뷔페 꿀팁’ 콘텐츠들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애슐리퀸즈는 커스텀 트렌드에 발맞춰 지난 7월 ‘꿀조합’에 최적화된 치즈 메뉴들을 선보였고, 즉각적인 MZ세대 고객 증가 효과를 얻었다. 애슐리퀸즈가 멤버십 가입 고객의 월별 방문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10~35세 고객의 방문 수가 전월 대비 약 2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밥에 메인 메뉴를 얹어 덮밥으로 먹거나 사이다에 과일 토핑을 넣어 에이드로 만들어 먹는 등 여러 가지 조합을 시도하는 고객이 많다”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기존 메뉴들과 얼마나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스토어나 성수 등 주요 핫플레이스에 거점을 두는 커스텀 메뉴 브랜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아사이 브랜드 오크베리는 지난 5월 더현대서울 스토어를 시작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오크베리는 아사이베리 베이스의 볼과 스무디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스무디에는 3개까지, 볼에는 원하는 만큼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토핑은 그래놀라, 과일, 꿀 등 20가지가 넘으며, 일부 토핑은 무료로 추가가 가능하다. 오크베리는 인기에 힘 입어 이달 8일 현대백화점 중동점을 개점하는 등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운영 매장을 12개까지 늘렸다.

‘김밥계의 서브웨이’라고 불리는 ‘이풀리’는 2022년 성수동에서 시작한 ‘풀리김밥’의 성공으로 최근 양재역 2호점을 오픈했다. 풀리김밥 성수점은 오픈 이후 하루 200인분 이상을 판매하는 등 흥행하고 있는 브랜드다.

풀리김밥은 김밥 속 재료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인이 되는 재료 13가지 및 토핑 5가지와 야채 6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밥도 백미·현미귀리·흑미 등 3종류로 다양하다.

커스텀 레시피로 뜨는 메뉴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대중적인 메뉴로 자리 잡기도 한다.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마라탕’이다.

마라탕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MZ세대 및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외식 메뉴다. 마라탕은 특유의 매운맛도 유행의 핵심 요소로 꼽히지만,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는 매운맛부터 야채와 해산물, 고기에 여러 가지 면 종류까지 옵션이 풍성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마라샹궈, 마라 떡볶이 등 메뉴에 변주를 주기도 수월하다는 점 역시 흥행 요소 중 하나다.

마라탕의 유행은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마라’가 들어간 상호로 영업허가를 받은 일반음식점은 907곳에 달하며, 이는 2022년 허가를 받은 980곳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마라탕 브랜드 업계 1위인 ‘탕화쿵푸마라탕’은 올해 4월 기준 전국 매장 수가 470여 개에 달한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행태가 전반적인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커스텀 레시피’ 메뉴의 흥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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