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같은 이름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글로벌 브랜딩의 비밀
입력 2024-08-25 06:04:01
수정 2024-08-25 06:04:01
[브랜드 인사이트]
지난 5년간 두 배로 성장한 글로벌 e커머스 시장, 인구의 60%가 활동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속에서 브랜드의 이름 역시 글로벌화가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코카콜라처럼 국적 불문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브랜드명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가상의 언어 ‘시티 스피크(city-speak)’처럼 다양한 언어를 섞어 만들어야 할까.
글로벌 브랜딩이라는 것은 단순히 멋진 알파벳을 조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문화를 이해하고 글로벌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세 가지 스텝을 살펴보고자 한다.
① 모두의 구강 구조로 발음할 수 있는 이름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는 ‘고착성’(Stickiness)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보 전달의 지속성을 설명한다. 이는 글로벌 브랜딩에도 해당하는데 단순히 강렬한 첫인상을 주기보다는 기억에 오래 남는 발음과 형태를 통해 글로벌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성공적인 브랜드의 고착화다.
목소리는 성대, 발음은 구강 구조에 좌우된다. 즉 7000개 이상의 언어로 말하는 전 세계인들은 같은 브랜드 이름을 조금씩 다르게 발음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국어는 성조가 없지만 음운과 억양의 차이가 있다. 중국어는 성조와 음절 경계가 뚜렷하고 아랍어는 전반적으로 받침 없이 부드러운 유성음으로 발음된다.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네이밍 과정에서 해외 협업 전문가들의 발음과 기억용이성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인 이유다. 5단계 리커트 척도로 후보안들의 발음과 기억 난이도를 평가하고 실제 발음의 음성과 의도한 발음이 일치하는지 분석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더 중요할 수 있는 타이핑 용이성도 함께 확인하는 추세다. 다국적 평가가 긍정적일수록 모두에게 ‘스티키(sticky)’ 한 이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② 내가 알던 ‘집’이 ‘집’이 아니게 됐을 때
정말 좋은 안으로 생각했던 이름들이 해외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정 의미를 가져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내구성(durability)을 강조하면서 산뜻한 인상을 주고자 고려했던 ‘듀레이’는 대부분 국가에서 좋은 평을 받았으나 홍콩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욕설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외에도 ‘부트’는 힌두어로 죽은 자, ‘집’은 아랍어로 남성의 성기를 뜻하고 ‘pride’는 성소수자(LGTBQ+) 커뮤니티와 깊게 연관돼 업과의 연계성을 희석할 리스크가 있었다.
브랜드 이름은 즉각적인 호감과 이해로 브랜드 충성도의 중요한 바탕이 되기 때문에 발음용이성에 타깃 문화권의 감성을 한 스푼 더하면 매력적인 이름이 될 수 있다. 종교적으로 선호하는 알파벳이나 길한 상징을 지닌 숫자 등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를 찾아보자.
이러한 글로벌 연상 이미지에 대한 조사는 ED 허시가 주장하는 ‘문화적 소양’(문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능력)이 오늘날 브랜딩에서 특히 더 중요해졌다는 증거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높은 문화적 소양을 지녀야 더 쉽고 빠르게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감으로 글로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③ 법 앞에서 좌절될 수 있는 나의 브랜드
전 세계에는 5600만 개 이상의 유효한 상표가 있기 때문에 출원하고자 하는 이름이 어딘가에서 이미 쓰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아무리 만족스러운 이름이라도 법적 문제가 제기될 경우 해외에서 쓸 수 없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타인의 선행 상표 존재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모든 국가가 동일한 상표법을 가진 것이 아니므로 타깃 국가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은 브랜드명을 출원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선출원주의’인 반면 미국은 브랜드명으로 미국 시장에서 사용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용주의’라는 차이가 있다. 제9연방항소법원의 한 상표권 분쟁 케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미모티콘’으로 알려진 애플의 증강현실(AR) 이모티콘 ‘미모지’(Memoji)는 2018년 소셜테크라는 안드로이드 앱 회사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한다. 선출원주의라면 소셜테크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Intent to use’(상표를 미국에서 사용할 예정)를 근거로 출원 후 약 2년간 아무런 사용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승소를 위한 앱 개발을 2018년에 시작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소셜테크의 등록상표 미모지는 결국 취소 처분됐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애플이 미모지 이름의 최종 주인이 됐다. 아무리 만족스러운 이름일지라도 글로벌 상표 전문가와 협업해 이름의 사용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브랜딩의 미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글로벌 브랜딩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 확실하다. 언어적 자산에 대한 규율과 상표법에서도 ‘글로벌’이 중요해졌고 더 많은 브랜드가 영문이나 이니셜로 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트렌드는 신토불이에서 글로벌, 글로벌에서 ‘글로컬’(글로벌+로컬)로 향한다. 글로벌 브랜딩에서 다시 ‘로컬’의 향기를 찾는 사례를 보자.
정관장 : 한글의 온전함을 지킨 글로벌 브랜드
한글은 로마자와 자음·모음의 개수가 달라 다른 아시아 언어 대비 호환성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정관장’의 표기도 다양한 표기로 존재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혼용되는 ‘정’은 Cheong과 Jung으로 표기된다.
이 두 표기에 대한 발음용이성, 비주얼 선호도, 한국 연상도 등의 기준으로 글로벌 대중들의 의견을 모아 가장 적합성이 높은 ‘Jung Kwan Jang’으로 통일해 2023년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마쳤다. 한글의 독창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타깃 의견에 귀 기울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케아: 자국어 브랜딩의 시금석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사례는 스웨덴어 브랜딩의 위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이케아다.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암기하기 힘든 숫자코드를 대체하기 위해 모든 제품에 이름을 만들었다.
사람의 이름, 지명, 사물을 비롯한 자연어(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로 각 제품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케아는 이러한 제품명에 대해 글로벌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직접 스웨덴어를 읽어보는 경험을 할 것이고, 이는 브랜드와의 어색함을 깰 수 있는 장치라고 말한다.
자국민에게는 익숙함으로, 외국인에게는 흥미로움으로 다가가 가구의 공통된 안락함을 선사한다는 점이 인상적인 네이밍 전략이다.
어떤 언어라도 현지 문화 트렌드, 브랜드의 철학, 업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면 최적의 이름을 위한 재료가 될 수 있다. 핵심은 결국 공감 능력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브랜드 메이커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를 포용하는 이름을 만들기 바란다.
권홍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선임 컨설턴트
지난 5년간 두 배로 성장한 글로벌 e커머스 시장, 인구의 60%가 활동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속에서 브랜드의 이름 역시 글로벌화가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코카콜라처럼 국적 불문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브랜드명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가상의 언어 ‘시티 스피크(city-speak)’처럼 다양한 언어를 섞어 만들어야 할까.
글로벌 브랜딩이라는 것은 단순히 멋진 알파벳을 조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문화를 이해하고 글로벌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세 가지 스텝을 살펴보고자 한다.
① 모두의 구강 구조로 발음할 수 있는 이름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는 ‘고착성’(Stickiness)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보 전달의 지속성을 설명한다. 이는 글로벌 브랜딩에도 해당하는데 단순히 강렬한 첫인상을 주기보다는 기억에 오래 남는 발음과 형태를 통해 글로벌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성공적인 브랜드의 고착화다.
목소리는 성대, 발음은 구강 구조에 좌우된다. 즉 7000개 이상의 언어로 말하는 전 세계인들은 같은 브랜드 이름을 조금씩 다르게 발음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국어는 성조가 없지만 음운과 억양의 차이가 있다. 중국어는 성조와 음절 경계가 뚜렷하고 아랍어는 전반적으로 받침 없이 부드러운 유성음으로 발음된다.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네이밍 과정에서 해외 협업 전문가들의 발음과 기억용이성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인 이유다. 5단계 리커트 척도로 후보안들의 발음과 기억 난이도를 평가하고 실제 발음의 음성과 의도한 발음이 일치하는지 분석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더 중요할 수 있는 타이핑 용이성도 함께 확인하는 추세다. 다국적 평가가 긍정적일수록 모두에게 ‘스티키(sticky)’ 한 이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② 내가 알던 ‘집’이 ‘집’이 아니게 됐을 때
정말 좋은 안으로 생각했던 이름들이 해외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정 의미를 가져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내구성(durability)을 강조하면서 산뜻한 인상을 주고자 고려했던 ‘듀레이’는 대부분 국가에서 좋은 평을 받았으나 홍콩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욕설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외에도 ‘부트’는 힌두어로 죽은 자, ‘집’은 아랍어로 남성의 성기를 뜻하고 ‘pride’는 성소수자(LGTBQ+) 커뮤니티와 깊게 연관돼 업과의 연계성을 희석할 리스크가 있었다.
브랜드 이름은 즉각적인 호감과 이해로 브랜드 충성도의 중요한 바탕이 되기 때문에 발음용이성에 타깃 문화권의 감성을 한 스푼 더하면 매력적인 이름이 될 수 있다. 종교적으로 선호하는 알파벳이나 길한 상징을 지닌 숫자 등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를 찾아보자.
이러한 글로벌 연상 이미지에 대한 조사는 ED 허시가 주장하는 ‘문화적 소양’(문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능력)이 오늘날 브랜딩에서 특히 더 중요해졌다는 증거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높은 문화적 소양을 지녀야 더 쉽고 빠르게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감으로 글로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③ 법 앞에서 좌절될 수 있는 나의 브랜드
전 세계에는 5600만 개 이상의 유효한 상표가 있기 때문에 출원하고자 하는 이름이 어딘가에서 이미 쓰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아무리 만족스러운 이름이라도 법적 문제가 제기될 경우 해외에서 쓸 수 없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타인의 선행 상표 존재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모든 국가가 동일한 상표법을 가진 것이 아니므로 타깃 국가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은 브랜드명을 출원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선출원주의’인 반면 미국은 브랜드명으로 미국 시장에서 사용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용주의’라는 차이가 있다. 제9연방항소법원의 한 상표권 분쟁 케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미모티콘’으로 알려진 애플의 증강현실(AR) 이모티콘 ‘미모지’(Memoji)는 2018년 소셜테크라는 안드로이드 앱 회사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한다. 선출원주의라면 소셜테크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Intent to use’(상표를 미국에서 사용할 예정)를 근거로 출원 후 약 2년간 아무런 사용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승소를 위한 앱 개발을 2018년에 시작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소셜테크의 등록상표 미모지는 결국 취소 처분됐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애플이 미모지 이름의 최종 주인이 됐다. 아무리 만족스러운 이름일지라도 글로벌 상표 전문가와 협업해 이름의 사용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브랜딩의 미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글로벌 브랜딩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 확실하다. 언어적 자산에 대한 규율과 상표법에서도 ‘글로벌’이 중요해졌고 더 많은 브랜드가 영문이나 이니셜로 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트렌드는 신토불이에서 글로벌, 글로벌에서 ‘글로컬’(글로벌+로컬)로 향한다. 글로벌 브랜딩에서 다시 ‘로컬’의 향기를 찾는 사례를 보자.
정관장 : 한글의 온전함을 지킨 글로벌 브랜드
한글은 로마자와 자음·모음의 개수가 달라 다른 아시아 언어 대비 호환성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정관장’의 표기도 다양한 표기로 존재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혼용되는 ‘정’은 Cheong과 Jung으로 표기된다.
이 두 표기에 대한 발음용이성, 비주얼 선호도, 한국 연상도 등의 기준으로 글로벌 대중들의 의견을 모아 가장 적합성이 높은 ‘Jung Kwan Jang’으로 통일해 2023년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마쳤다. 한글의 독창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타깃 의견에 귀 기울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케아: 자국어 브랜딩의 시금석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사례는 스웨덴어 브랜딩의 위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이케아다.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암기하기 힘든 숫자코드를 대체하기 위해 모든 제품에 이름을 만들었다.
사람의 이름, 지명, 사물을 비롯한 자연어(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로 각 제품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케아는 이러한 제품명에 대해 글로벌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직접 스웨덴어를 읽어보는 경험을 할 것이고, 이는 브랜드와의 어색함을 깰 수 있는 장치라고 말한다.
자국민에게는 익숙함으로, 외국인에게는 흥미로움으로 다가가 가구의 공통된 안락함을 선사한다는 점이 인상적인 네이밍 전략이다.
어떤 언어라도 현지 문화 트렌드, 브랜드의 철학, 업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면 최적의 이름을 위한 재료가 될 수 있다. 핵심은 결국 공감 능력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브랜드 메이커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를 포용하는 이름을 만들기 바란다.
권홍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선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