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임신 전 또는 임신 중 담배를 하루 1~2개비만 피워도 신생아에게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16% 증가하고 한 갑 이상 피우면 위험이 31%나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산둥대 공중보건학부 시 보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1일 의학 학술지 '역학·지역사회 보건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서 미국 임신부-신생아 1210여만 쌍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이 발표했다.
연구팀은 많은 여성이 임신 전이나 임신 첫 3개월에는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거나 가벼운 흡연은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부의 흡연 시기나 흡연량이 신생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2016~2019년 미국 국가 인구 동태 통계 시스템(NVSS) 데이터에서 쌍둥이 출산, 임신 전 고혈압·당뇨병 있는 경우, 임신 전 3개월간 흡연 정보가 없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임신부-신생아 1021만5천여 쌍에 대해 흡연과 신생아 건강 문제 위험 간 관계를 분석했다.
신생아 건강 문제는 분만 직후 보조 인공호흡을 한 경우를 비롯해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신생아 패혈증 의심 등이 발생한 경우로 정의했다. 시기별로 흡연을 한 임신부는 임신 전 흡연이 9%, 임신 1기(첫 3개월) 7%, 임신 2기 6%, 임신 3기 6% 미만 등이었다.
분석결과, 임신 전 또는 임신 첫 3개월간 흡연은 임신부 연령과 인종, 체질량지수(BMI) 등 요인의 영향을 조정한 후에도 신생아 건강 문제 위험 증가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부가 임신 전 흡연을 한 경우 신생아에게 주요 건강 문제가 한 가지 이상 발생할 위험은 비흡연의 경우보다 27% 높았고, 임신 중 어느 기간에든 흡연한 경우 위험은 31~32% 높았다.
흡연 시기별로는 임신 중 흡연이 임신 전 흡연보다 신생아 건강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임신 전 흡연은 신생아 건강 문제 위험이 12% 높았고, 임신 1기 흡연은 23%, 임신 2기 흡연 40%, 임신 3기 흡연은 21% 높았다.
흡연량은 하루 한두 개비도 신생아 건강 문제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부가 임신 전 하루 담배를 1~2개비 피운 경우 신생아 건강 문제 위험은 16% 증가했고, 3~5개비는 22%, 6~9개비 26%, 10~19개비 27%, 한 갑 이상은 위험이 31% 높았다.
연구팀은 "임신 전후 흡연과 흡연량과 관련해 안전한 기간이나 안전한 수준은 없다"며 "이 연구 결과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예비 산모와 임신부의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촉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