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백조로…'슈퍼마켓'의 부활[케이스 스터디]

기업형 슈퍼마켓(SSM), 상반기 매출 5.6% 증가
소량 구매 가능해 1~2인 가구서 인기

업계 1위 GS더프레시 매출 10.3% 늘어나
롯데마트도 선방…영업이익 개선세

슈퍼 채널, 고물가에 소포장 신선식품 수요 몰려
퀵커머스 확대하며 온라인 배달 수요 흡수

[케이스 스터티: 성공에서 배운다]
슈퍼마켓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에 치이고 식자재마트에 밀리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여기에 이커머스까지 시장을 파고들어 ‘동네 장사’ 중심의 슈퍼마켓 입지는 갈수록 줄어갔다.

그런데 최근 그 분위기가 달라졌다. 1~2인 소형가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출점을 하고 슈퍼마켓에서 내놓는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 편의성이 높아진 결과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전략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 빛 보는 SSMSSM은 올 상반기 가장 많이 성장한 오프라인 유통업태다. SSM 사업은 GS리테일, 롯데쇼핑, 홈플러스,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 4곳이 전개하고 있으며 관련 브랜드는 △GS더프레시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있다.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작은 일반 슈퍼에 해당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SSM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5.6%로 나타났다. 소량 구매가 가능한 점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회복을 주도하는 편의점(5.2%)보다 매출이 더 늘었다. 전체 오프라인 시장 비중은 2.6%로 높지 않지만 매출 증가폭은 다른 업태보다 크다.

업계 1위의 실적을 보면 그 분위기를 체감 가능하다. GS더프레시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올 2분기 슈퍼 부문에서 매출 3941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3%, 2.1% 늘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슈퍼, 홈쇼핑, 개발 등 사업을 크게 4개로 나누는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슈퍼’가 유일하다.


GS리테일은 “근거리 소비 트렌드 영향 및 가맹점 출점 확대에 따른 운영점 증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GS더프레시는 얼마 전 500호점을 오픈하면서 업계 최초로 500개 점포를 운영하게 됐다. 상반기 기준 377개의 가맹점과 111개의 직영점 등 총 488개의 매장을 운영했는데 출점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다.

업계 2위인 롯데마트도 선방했다. 올 2분기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부문인 △백화점 △마트 △슈퍼 가운데 유일하게 슈퍼의 영업이익만 개선됐다. 특히 마트 사업의 영업적자가 확대된 것과 달리 슈퍼는 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3.3% 개선됐다. 기존 점 성장률도 마트는 3.9% 감소했지만 슈퍼는 0.3% 늘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C커머스의 영향으로 마트 성장률은 크게 부진했다”며 “반면 슈퍼 채널은 고물가에서 소포장 신선식품 수요가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 마트는 너무 많고 편의점은 너무 적다4인 가구 중심의 쇼핑 트렌드가 무너지며 대형마트 수요를 슈퍼마켓이 흡수하고 있다. 특히 슈퍼마켓은 소형 가구의 근거리 쇼핑과 소용량 식료품 수요 증가 수혜를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유정현 애널리스트는 “1~2인 가구 증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트렌드지만 최근 1~2인 가구 수가 더 급격히 증가하면서 코로나 이후 슈퍼마켓 채널 성장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782만9000가구)에 달한다. 1인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2만 가구로 늘었고 2022년 750만 가구를 돌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이 비중이 39.6%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인 가구(634만6000가구)까지 합친 비중은 64.2%(1418만 가구)다. 평균 가구원 수는 2.2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4인 이상 가구 비중은 급격히 줄었다. 2000년 44.5%에 달했지만 2010년 30.5%로 줄었고 2020년 20.2%, 지난해 16.8%까지 축소됐다.

실제 GS더프레시가 지난해 출점한 신도시 상권 내 11개 매장의 고객 연령대 데이터를 분석 결과 2030 고객 비중은 50.1%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매장 기준 2030 고객 비중(30%)보다 20%p 이상 높은 수치다. 신도시에 젊은 1~2인 가구가 매출 증가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2030세대의 매출 비중이 30%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는 편의성과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근거리에서 소포장으로 구성된 식료품 및 델리(즉석식품) 등을 즐겨 찾는다”고 설명했다.
◆ 슈퍼마켓 ‘퀵커머스’로 온라인 수요 흡수특히 슈퍼마켓은 퀵커머스(매장 인근에 한해 구매 후 1시간 이내 배달)를 중심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모바일 쇼핑, 배달 앱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위한 O4O 서비스를 개선한 것도 퀵커머스 수요를 잡기 위한 결정이다.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은 일정 금액의 배달비를 지불하더라도 손 쉬운 쇼핑을 원한다. 앱에서 장을 본 뒤 1시간 이내로 문 앞에 배달되는 시스템이 이들의 니즈에 부합하면서 슈퍼마켓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GS더프레시의 1~7월 퀵커머스 매출은 론칭 초기(2021년) 대비 12배 이상 늘었다. GS더프레시는 1만원 이상 구매 배달료 3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올해 상반기 퀵커머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2021년 2월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현재 배달비 3000원(3만원 이상 무료)을 받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1~7월 퀵커머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에브리데이 역시 거리에 상관없이 건당 배달료 3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퀵커머스 사업을 종료했다. 대신 전국 160여 개 점에서 3만원 이상 구매 시 당일 무료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마켓은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업계 1위인 GS더프레시는 2027년까지 전국 점포를 1000점까지 늘린다. 이를 통해 1위 슈퍼마켓 브랜드로서의 독보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GS더프레시는 올 상반기에만 54개 점을 오픈했다. 가맹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연간 100개에 달하는 점포 순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악화 영향으로 기존 점 성장이 제한됐지만 가맹점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익 기여도는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연내 2개 점을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위치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롯데슈퍼는 구체적인 출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1~2인 가구의 거주 비중이 높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출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보로 대형마트를 가기 어렵고 신축 아파트는 많이 들어섰지만 인근에는 편의점만 많은 곳들을 우선 고려한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요즘 대규모 상가에 공실이 많아서 좋은 조건으로 입점할 수 있다”며 “규모도 과거 150~200평 규모에서 최근에는 70~80평대로 축소하고 MD 대부분을 신선식품 위주로 구성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