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통제하는 조직이 오래 못 가는 이유[김민경의 경영전략]

[경영전략]



‘땀은 땀대로 흘리고 농사는 풀 농사만 짓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지런히 애를 쓰고 힘을 들여도 요령이나 기술이 부족해 별 성과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데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은 리더를 종종 볼 수 있다. 리더로서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부지런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리더의 유형으로 생각해보자.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똑게’(똑똑한데 게으름), ‘멍부’(멍청한데 부지런함), ‘멍게’(멍청한데 게으름)의 네 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이 중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누구일까.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삼성전자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까지 오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베스트셀러가 된 책 ‘초격차’를 통해 진정한 CEO는 똑똑하지만 조금은 게을러야 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똑게’형 리더는 미래를 향한 통찰력은 뛰어나고 판단력은 우수하지만 권한을 부하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할 수 있는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다. 되짚어보면 ‘똑게’형의 똑똑함과 게으름은 그 의미가 다르다. 똑똑함은 지적 수준보다는 현명함을 뜻하고 게으름은 구성원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인내와 여유의 다른 말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리더는 누구일까. 바로 ‘멍부’형이다. 멍청한데 부지런까지 떨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서 구성원들만 고생시킨다. 선택과 집중보다는 계속 일을 벌이면서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거린다. 일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니 우선순위에 대한 개념이 없고 사람과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쓴다. 의사결정을 미룰 수 있는 만큼 지연시켜 실행을 더디게 만든다.

결과에 자신이 없으니 과하게 통제하려 드는 성향도 보인다. 구성원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엉덩이를 얼마나 오래 붙이고 앉아 있는지를 감시한다. 이쯤 되면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멍게’형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똑부’형은 어떨까. 유능함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똑부’형은 지시하는 데 익숙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긴다. ‘똑부’형이 이끄는 팀은 단기 성과는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 해결에 있어 구성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과 경험을 제한하기 때문에 구성원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좀처럼 발휘할 수 없고 성취감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멍부’형과 ‘똑부’형의 공통점은 과하게 통제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소한 것까지 수시로 관리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통제하려고 들까. 마음 깊숙한 곳에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할 때, 구성원을 믿지 못할 때, 나 자신과 나의 리더십에 자신이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감을 가중한다.

그리고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다. 목적 없이 일단 회의부터 하자고 부르거나, 본인의 정보 획득을 위한 보고서나 일지를 쓰게 하거나, 본인이 승인하고 결재할 때까지 기다리게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조직에서 임원이나 팀장에게 요구하는 리더의 진정한 역할은 궁극적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만약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통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면 관리자 기능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통제가 필요한 건 리더의 불안감자율과 성장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요즘 인재들은 관리자가 아닌 리더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리더는 조급하고 불안하다. 빠르게 성과를 내야 내일도 있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확신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튀어나오는 통제 욕구를 어떻게 다스리고 진정한 리더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통제의 대상을 바꿔야 한다. 통제해야 할 것은 구성원이 아니라 본인의 불안감이다. 불안감을 잠재우고 자신감을 키우려면 리더의 한정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란 무엇인가.

바로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에 기여하는 일이다. 새로운 동력을 찾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목표 달성은 물론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지만 이를 보다 수월하게 해줄 새로운 아이디어나 역량 있는 인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평소 대비해왔다면 어떨까. 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결실을 볼 수 없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장기적 관점으로 실행해야 한다. 믿고 맡겨도 불안하지 않은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통제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탁월한 리더는 중요한 일에 미리 투자하여 긴급히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을 가급적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정서 지능을 높이려는 노력도 구성원에 대한 과도한 통제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서 지능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대인 관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정서 지능의 핵심은 자기 인식, 즉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직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인식을 갖춘 사람들은 10~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기 인식을 잘하려면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일일이 통제하고 싶은 관리자 모드의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잠깐 마음을 분리해 관찰하자.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이 드는지 감정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 자문자답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보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구성원에게 즉각적으로 분출하기보다는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해보자.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사소한 것까지 통제하는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몰입을 끌어내기 어렵다. 구성원들은 동기를 잃고 점점 리더에게 의존하게 된다. 결국 리더는 지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통제하고 싶어 하는 리더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불안감을 없애려면 우선순위를 제대로 가르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즉 통제해야 할 것은 구성원이 아니라 리더 자신이다.

중국 사상가 노자는 “훌륭한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가 임무를 완수했을 때 백성들 입에서 마침내 우리가 이 일을 해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리더는 앞에 나서서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는 구성원 스스로 그 일을 결정하고 기여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때 더 큰 동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몰입하기 때문이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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