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 다가 아니다, 생산자도 만족시키는 IT①>에 이어
좋아하는 분야를 좋아하는 그 마음 자체로 이미 만족하는 자는 전문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이도 좋아하게 만드는 사람은 기업가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이’는 엔드유저 고객만 의미할까? 제품과 솔루션의 개발자, 생산자도 의미한다. 궁극의 제품을 만들어주는 개발자, 생산자를 위한 IT, 어떤 것이 있을까? ◆ 스타벅스로 보는 빅데이터의 중요성미국의 스타벅스도 빠질 수 없다. 미국 스타벅스 특정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본인 매장이 오늘 휴무이거나, 전기·수도 설비 문제로 문을 닫거나, 매장 확장 공사로 문을 닫는 경우 원한다면 근처 다른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할 수 있다. 내 원래 근무 매장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옆 동네 매장이 오늘 큰 이벤트가 있어 직원이 더 필요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옆 동네 매장에 급한 일로 휴가를 쓴 직원이 있을 경우 그 자리를 내가 대체해서 들어갈 수도 있다.
회사 시스템에 바로 공지가 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음료 주문, 음료 제조, 매장 청소, 매장 시설 관리, 매장 재료 수급 같은 프로세스들이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떤 매장이라도 동일한 프로세스로 움직이니 가능하다.
자사 시스템 전산망이 이 프로세스를 컨트롤해준다. 직원들은 이 허브에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일을 바로 할 수 있다. 사전 교육을 이수한 직원이라면 모두 말이다. 직원들은 본인 매장이 휴무인 경우도 다른 곳에서 일해서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좋고 회사도 믿을 수 있는 직원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어 좋다.
앞서 살펴본 다른 예제들과 같이 여기서도 빅데이터가 관건이다. 어떤 요일에, 어떤 매장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업무에서, 어떤 일로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지도 빅데이터로 스타벅스의 자산에 등록된다. 이는 자사의 음료 주문, 음료 제조, 매장 청소, 매장 시설 관리, 매장 재료 수급 프로세스 어디가 효율적이고 어디가 문제가 많은지 객관적으로 통계 내어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다음 순서는 최적의 개선이겠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최상의 인프라요, 회사 차원에서도 숙련된 직원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이득이다. 당연히 직원과 회사 양쪽에 윈윈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작은 회사들끼리, 소수 개인들끼리 뭉쳐서 사업을 하게 해주는 모델도 있다. 요즘은 개개인이 모두 크리에이터인 시대가 아닌가. 크라우드 펀딩, 소셜 펀딩은 ‘아이디어’는 있으되 ‘자본과 인프라’가 없는 사업을 살려준다. 한 스타트업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히트할 아이디어다’라는 계획이 있지만 개발자를 고용할 자본도 제조를 할 시설도 없다면? 이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개발자를 모집한 뒤 개발 완료 후 매출이 생기면 보상을 하거나 회사 지분을 나눠준다.
목업에 대해 ‘베타 테스트’할 다양한 환경 조건과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면? 마찬가지로 크라우드 펀딩을 쓸 수도 있고 공용 오피스, 공용 주방, 공용 배송 서비스, 공용 IT 서비스를 이용할 길도 열려 있다. 꼭 실제 인간과 실제 환경만이 답일까? 버추얼 가상 환경에서 더 경제적인 비용으로 더 다양한 방식의 사전 실험도 가능하다. 생산자, 개발자를 위한 IT 서비스가 도처에 열려 있고 아예 전문적으로 이 지원 업무를 업으로 하는 회사도 이미 많다. ◆개발자·생산자를 최상의 컨디션으로생산자와 개발자를 돕는데 인공지능도 제 몫을 하고 있다. LLM(Large Language Model)이란 수많은 파라미터를 보유한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된 언어모델이다. 데이터 학습을 통해 스스로 자가 발전하며 AI 챗봇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최신 트렌드는 특정 기술 언어가 아닌 자연어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커버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엔드유저인 고객뿐 아니라 회사의 개발자, 생산자에게도 희소식이다.
스콧 한셀만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커뮤니티 부사장은 2024년 4월 LLM의 ‘비행기 모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오픈AI를 쓸 수 있다. 클라우드나 네트워크 서버 연결 없이 오픈AI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디바이스 자체만으로도 LLM을 구동할 수 있으니 회사 내 디바이스 개발자들, 생산자들도 초기 단계부터 제품을 미리 테스트해보고 사용해볼 수 있다. 또 온라인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없으니 본인의 기존 제품, 기존 업무에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진다. 이는 엔비디아에서 지난 2월 공개한 챗위드 RTX를 통해 구현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컴퓨터에 설치하면 오프라인에서도 LLM을 활용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쓰는 깃허브도 보자. 깃허브 코파일럿의 기업용 챗봇 LLM 버전은 이 회사에서 지금까지 코딩했던 패턴, 회사만의 코딩 룰을 참조해서 회사 개발자, 사용자에게 답을 해준다. 수동으로 패턴과 룰을 점검하지 않아도 챗봇이 알아서 체크해주고 필요한 조언, 가이드를 내준다. 개발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모두 최소화해준다. 같은 조건에서 결과는 최대치로 만들어주니 최강의 효율이다. 이렇게 아낀 에너지로, 이렇게 효율적인 환경에서 개발한 제품은 당연히 기업의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 매출에 기여한다.
제품과 솔루션 개발할 때는 기존에 사내에 축적된 데이터, 레슨스런드, 재발방지대책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소요되고 정확하게 분석 검토하려면 수차례 확인을 거쳐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을 혁신해서 회사 내 개발자, 생산자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준 사례도 있다.
LG전자는 2024년 1월 생성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찾다(CHATDA)’를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인 애저를 활용했다. ‘찾다’는 이 데이터 도출에 걸렸던 시간을 5일에서 30분으로 줄여줬다. 오픈AI 챗GPT와 컬래버한 결과다.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개발자에게 요청하고 개발자가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절차, 시간,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SQL, 파이썬 없이 자연어만 있어도 된다. 챗GPT가 알아서 코드로 만든 뒤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과도 도로 자연어로 도출해준다. 특히 이 과정은 데이터 그 원본 자체가 아니라 코드를 전송하는 방식이라 데이터 보안, 유출 우려도 없다.
고객 만족만 바라보지 않고 내 회사의 생산자들의 만족도 신경 쓰자. 그만한 가치가 있다. 자신감이란 단순히 내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넘어선다. 자신감이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과 지식을 내재화한다. 이 ‘어떻게’를 도와줄 IT서비스, 생산자와 개발자에게도 주의를 기울이자.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