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유 권한 침해 지적에 뜨끔한 대통령실 “독립성 훼손 아냐”

지난 22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애 대해 대통령실 및 여권에서 이례적으로 한은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한 가운데 독립성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이 수습에 나섰다.

23일 대통령실은 오히려 “한은의 독립성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에서 “기본적으로 금통위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며 “다만 추석을 앞두고 가계·소상공인분들의 어려움도 있고 그래서 내수를 진작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만 해도 대통령실은 한은 금통위의 역대 최장기간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히는 등 한은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놨다.

이에 금통위의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은 대통령실이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의 한은 정책 견제에 여권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3일 “금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내수 진작 문제에서 봤을 땐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당정이 통화당국 결정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금리 동결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체감 경기 부담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금융권을 통한 실질적인 금리 인하에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 ▲ 부동산 과열을 막자고 디딤돌 등 정책자금마저 금리를 인상해 서민에게 부담을 안겨준 점 등을 볼 때 대통령실의 금리 인하 주장은 한은에게 덮어씌우려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하루만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결정이 나오고 나서 뒤늦게 아쉽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22일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월부터 1년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중이며 3차례 연속 동결로 횟수와 기간 모두 역대 최장 기록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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