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직 안 끝났다…'이랜드'와 '스파오'가 빛나는 이유[최수진의 패션채널]

'D-2' 파리 패럴림픽, 29일 오전 3시 개막
대한장애인체육회, 경쟁입찰 없이 스파오 선택

대한장애인체육회 측, 이랜드 행보 높게 평가
이랜드, 장애인 채용 및 지원 적극적으로 나서

신체 상태 최우선 순위로 고려해
사이즈만 9개로 세분화하는 등 공들여

태권도 주정훈 선수(왼쪽), 탁구 서수연 선수의 모습. (사진=이랜드)
파리올림픽이 지난 11일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은 종합 8위라는 역대급 성적을 내며 큰 관심을 받았죠. 그러나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오는 28일(현지시간)부터 내달 8일까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시간으로는 29일 오전 3시 개막입니다.

특히, 2024 파리 패럴림픽은 역사상 최초로 대회 엠블럼에 올림픽과 패럴림픽 두 로고가 함께 사용됩니다. 그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비슷한 엠블럼을 사용한 적은 있어도, 같은 엠블럼을 내세운 것은 패럴림픽이 처음 시작된 1960년 이후 처음입니다.

개회식은 패럴림픽의 상징 '아지토스'가 걸린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진행됩니다. 이번 패럴림픽에는 우리 선수 83명(남자 46명, 여자 37명)이 17개 종목에 출전하고요. 골볼, 배드민턴, 사격, 사이클, 수영 등입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밝힌 우리 선수단 목표는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20위입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주목받는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이랜드'입니다. 패럴림픽 단복을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가 담당했기 때문이죠.

이번 단복은 경쟁 입찰이 아닌 스파오 단독 후보로 진행됐다는 점이 특별함을 더합니다. 스파오가 오랜 기간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점을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에서 높게 평가한 결과입니다.

실제 스파오는 장애인 채용과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앞장서며, 2016년부터 발달장애인훈련센터와 협력해 맞춤형 고용연계 직업훈련을 운영해 왔는데요. 당시 국내 패션기업 중 유일하게 발달장애인훈련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고 장애인 고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맞춤형 고용연계 직업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랜드가 장애인 채용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수치로 드러납니다. 이랜드월드 상시근로자 3253명 중 장애인이 55명(중증 장애인 52명)입니다. 중증 장애인 채용은 2배수로 간주하는 규정에 따라 이랜드월드의 장애인 고용률은 3.3%입니다. 민간사업주 장애인 의무고용률(3.1%)을 초과 달성한 거죠.

고용노동부의 '2023년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 1003곳의 고용률이 2.43%로 민간사업주 장애인 의무고용률(3.1%)에 한참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이랜드의 진정성이 돋보입니다.
이랜드 스파오가 제작한 패럴림픽 단복. (사진=이랜드)


이번 단복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S, M, L 등 표준 사이즈로 제작돼 특별한 맞춤 제작이 필요하지 않은 올림픽 단복과는 달리, 휠체어를 사용하는 선수, 의수나 의족을 사용하는 선수 등 각 선수의 신체 상태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스파오의 패럴림픽 단복 사이즈는 S부터 7XL까지 총 9개로 세분화됐고요.

특별히 각 선수의 신체적 특성에 맞춰 주머니 위치를 달리하는 등 디테일과 기능성에 중점을 뒀는데, 선수들이 스스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지퍼, 벨크로 등의 위치와 사용 방법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파오 패럴림픽 단복 원팀은 이천에 위치한 선수촌을 수차례 방문하며 선수 한 명 한 명의 신체 치수를 심도 있게 측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초 2회로 계획했던 방문 일정은 6회차로 늘어났고, 스파오의 패턴 실장 2명과 디렉터가 직접 달라붙어 역대 가장 높은 강도로 진행됐습니다. 선수들이 단복에서 최대한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스파오의 패럴림픽 단복은 무려 7개월이 넘는 기간의 제작 과정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됐습니다. “휠체어 바퀴를 돌릴 때 소매가 쓸리기 때문에 항상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게 습관이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바지 기장이 달라야 한다”, “자켓 길이가 길면 엉덩이가 밑에 깔려서 움직이기 불편하다” 등 선수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긴밀히 협력해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합니다.

디자인만 중요할까요. 스파오는 단복의 소재도 신경 썼습니다.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함을 극대화한 고기능성 소재들을 적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단복의 원가는 고급 정장 브랜드의 수트 가격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바지의 경우 골프웨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재를 선택해 선수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으며, 뛰어난 신축성으로 장시간 착용할 때 오는 불편함을 최소화했습니다. 내부 구조는 고급 정장 팬츠의 사양을 적용해 견고하고 안정적이고요.

재킷은 안감을 최소한으로 사용한 초경량 안사양을 적용하고, 매쉬 안감으로 통기성을 더했으며, 잔잔한 요철감과 트윌 조직 소재로 시원하고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이랜드는 앞으로도 장애인 채용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채로운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랜드의 행보는 업계는 물론 모든 기업에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선행에 나설지 지켜봐도 좋을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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