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릿수 채용 대기업 '0'…'바늘구멍' 취업문, '컬처핏'으로 뚫는다 [현장]

인크루트, 채용 트렌드·구직 전략 공개

인크루트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연 '2024 하반기 인크루트 채용설명회'에 구직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인크루트



대기업 10곳 중 3.5곳(35.0%)은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8~31일 국내 기업 808곳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다.

경기 침체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대졸 신입 채용시장은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중에서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10곳 중 3.5곳(35.0%)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조사보다 43.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69.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채용 계획 확정률이 줄어든 곳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중견기업은 전년(54.4%)보다 4.0%포인트 감소한 50.4%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전년(58.0%)보다 10.6%포인트 감소한 47.4%에 그쳤다.


'인크루트 하반기 채용동향 보고서' 기업 규모별 채용 계획 확정률. 자료=인크루트



채용 규모도 전년 대비 쪼그라들었다. 대기업은 한 자릿수 53.8%, 두 자릿수 46.2%로 나타난 반면 세 자릿수 채용을 진행한다고 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인크루트는 하반기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구직자들은 전보다 훨씬 어려운 취업 환경에 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층 더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한 해법으로 '컬처핏(Culture Fit)'이 주목받고 있다. 인크루트가 최근 인사 담당자 41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 확인 전형을 진행한다는 응답률이 49.0%로 집계됐고, 이 중 대기업의 컬처핏 전형 도입률은 64.7%에 달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 사진=인크루트


"대기업 입사 갈수록 어려워져…인턴 경력 쌓은 뒤 도전"

인크루트는 지난 27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컬처핏으로 확인하는 취업 성공 전략'을 주제로 '하반기 인크루트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2003년부터 매년 신입사원 공채가 시작되는 8월에 열리며, 올해 22회를 맞이했다.

올해 채용설명회는 코로나19 이후 5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돼 현장에는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채용설명회는 인크루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최근 채용시장은 불확실한 경영 상황과 인구 감소가 맞물려 구인과 구직 모두 어려운 상황이며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대기업의 채용 확정 계획이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기업을 노리는 신입 구직자들은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늘어난 인턴 채용 기회를 활용해 경력을 먼저 쌓은 뒤 대기업 입사에 도전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 대표는 "이번 인크루트 채용설명회는 인턴 참여 희망자에게 최근 채용 시장 트렌드인 기업의 컬처핏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크루트 하반기 채용동향 보고서' 업종별 하반기 채용 계획. 자료=인크루트


넥슨코리아·포스코·LG화학·GS리테일·CJ, 채용팁 공개

이날 채용설명회에는 넥슨코리아, 포스코, LG화학, GS리테일, CJ그룹의 인사담당자가 각 기업의 컬처핏 소개와 하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사전 페이지를 통해 미리 접수 받은 구직자들의 질문에 인사 담당자들이 직접 답변하는 시간도 가졌다.

인사담당자들은 자사 조직문화와 채용 정보를 소개하며 컬처핏 면접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심 있는 기업의 조직문화를 파악하기 위해서 회사가 운영하는 SNS 채널, 홈페이지, 채용 공고 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자사 조직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SNS 채널이나 홈페이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임직원들이 조직문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사진=CJ그룹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구글·아마존, '컬처핏'으로 인재 채용

올해 글로벌 채용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은 '컬처핏'은 구직자가 회사의 구성원이 됐을때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정도를 뜻한다. 이런 조직문화 적합도 진단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조직 안정성과 성과 향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사 조직 문화와 맞고 오래 함께 일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 전형을 활용해왔다.

넷플릭스는 '컬처덱(Culture Deck)'이라는 기업문화 소개 자료를 면접에 활용해 지원자와의 컬처핏을 맞춰본다. 아마존은 '바 레이저(Bar-Raiser)'라는 사내 면접관 제도를 통해 지원자의 리더십과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2021년 소통형 면접제도인 '컬처핏 인터뷰'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일부 직무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경력 4~7년차의 MZ세대 직원들을 면접관으로 배치해 입사지원자들을 평가하게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2022년 6월부터 신입사원 채용 전형에서 MZ세대 직원이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 항목을 평가하는 'MZ 면접관'을 도입했다. 전체 직원의 80%가 MZ세대인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 면접 단계에서 컬처핏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인재상을 기준으로 조직 적합성, 성장 가능성, 협업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부터 일부 비개발직군 채용에 업무성향 검사(WSP)를 도입했다. 120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배민다움'으로 대표되는 배달의민족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정화식 인크루트 마케팅그룹장은 "과거에는 직무 적합성(Job Fit)이 화두였으나 올해 글로벌 채용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문화 적합성(Culture Fit)"이라며 "인크루트 조사 대상 기업 과반수가 이미 컬처핏 전형을 도입하고 있고 인사담당자의 90.9%가 컬처핏 전형이 퇴사율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만큼 향후 컬처핏 전형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그룹장은 "지원자들은 컬처핏이라는 새로운 채용동향에 미리 대응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직 문화를 참고할 수 있는 유튜브 등 회사가 운영 중인 SNS 채널, 회사 홈페이지, 채용 공고, 채용 설명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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