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군무원, 中정보요원에 포섭돼 돈 받고 기밀 넘겼다

1990년대 정보사 부사관 근무,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전환
ㄱ씨 중국요원에 협박 받아 정보 유출...40차례 돈 요구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ㄱ(49)씨가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포섭돼 돈을 받고 군 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검찰단은 2017년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포섭돼 2019년부터 수차례 금전을 수수하면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군형법상 일반이적 등)로 ㄱ씨를 지난 27일 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ㄱ씨는 1990년대부터 부사관으로 정보사에 근무하다가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범행 시기에는 정보사 팀장급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5급 군무원으로 알려졌다.

군검찰에 따르면 ㄱ씨는 2017년 4월 자신이 구축한 현지 공작망 접촉을 위해 중국 옌지 지역으로 갔다가 공항에서 중국 측에 체포돼 조사받던 중 포섭 제의를 받았다.

군검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귀국 후 부대에 체포·포섭 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ㄱ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가족 관련 협박을 받아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자신을 체포한 인원이 중국 정보요원이라고 밝혔다고 진술했다. 해당 인물의 신원과 소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ㄱ씨는 중국 요원에게 정보를 준 대가로 약 40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다. ㄱ씨가 요구한 돈의 액수는 총 4억 원에 달하며, 실제로 지인 차명계좌 등을 통해 받은 돈은 1억6205만 원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ㄱ씨는 중국 요원과 나눈 음성 메시지 대화에서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중국 요원의 요구에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는 말도 했다고 군검찰이 전했다.

ㄱ씨가 빼돌린 자료는 문서 형태로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로 18건 등 총 30건으로 확인됐다.

군검찰 관계자는 "누설된 비문 중 일부 흑색요원 명단이 있는데 이들 흑색요원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요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사건은 북한 내 인적 정보(휴민트) 요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ㄱ씨는 기밀 유출과 별개로 정보 관련 예산 약 16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포착돼 별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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