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이번엔 한미약품 대표 직위 두고 정면 충돌

한미약품 “권한 없는 자의 인사조치, 원천 무효 사유 또는 위법 소지 있어”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사장 직위를 전무로 강등하자, 한미약품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30일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의 이번 박 대표 직위 강등 결정에 대해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며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며, 대표로서의 권한 및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은 오너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고(故) 임성기 창업회장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 형제와,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 사이에 대결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지난달 초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의 편에 서며 지분구조가 모녀에게 기운 가운데, 송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는 한미약품 독자 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 28일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 내에 지주사가 대행하던 인사 및 법무를 수행할 조직을 신설했다.

3차 연합은 7월 말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형제 측이 과반을 장악한 이사회는 주총 소집을 거부했다. 송 회장 모녀와 신동국 회장 3자 연합의 임종훈 대표 직위 해제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박재현 대표의 직위 강등을 통해 이 같은 시도에 저항하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지주회사가 그동안 인사 및 법무 등 업무를 대행하며 계열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 왔으며, 계열사의 대표가 이를 독립화시켜 별도 조직을 만드는 행위는 법적인 아무런 장애가 없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 강화가 왜 강등의 사유가 되는지 여부조차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가 약품 내 신설 조직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사내 공지 전 해당 내용에 대해 임종훈 대표와 직접 한 차례 협의하고, 이후 임 대표측 인사에게도 이같은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또 지주사 대표에게는 계열회사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발령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 같은 조치(박 대표의 직위 강등)는 지주사의 월권 또는 위법적인 조처로서, 엄연한 별개 주식회사인 한미약품의 이익과 거버넌스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이사 거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당초 계획대로 지주회사와 차별화하는 독립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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