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기금 고갈되면 “미래세대 엄청난 보험료 떠 안아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포함한 우리나라 4대 공적연금 모두 심각한 장기재정 불안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 정인영·권혁창·이예인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비교연구’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현황과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단기적인 재정 상황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비해서는 낫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단기적으로는 적립 기금이 증가해 약 10~20년 후를 기점으로 정점에 이른 후 급속히 감소해 바닥을 드러낸 뒤에는 가파르게 재정적자의 늪에 빠진다.

실제로 2023년 1월 나온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약 20년간은 지출보다 수입(보험료+기금투자 수익)이 많은 구조가 유지돼 2040년에 175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다.

하지만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이후 급감해 2055년에는 소진된다. 이 시기에 47조원의 기금 적자가 예상된다.

주요 재정평가지표 중에서 제도 부양비(가입자 100명이 부양해야 할 수급자 수의 비중)를 보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2020년에 각각 19.4명과 21.8명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50년에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앞지르기 시작한다.
특히 2070년 이후 사학연금의 제도 부양비는 4대 공적연금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제도 부양비가 커지는 것은 저출산으로 인해 교원 등 가입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인구 고령화로 수급자 수는 급증하기 때문이다.

연구진 측은 “사학연금은 그 어떤 공적연금 제도보다 가입자 감소 및 수급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위험하다는 평가가 존재할 만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상황은 더 나쁘다. 2050년 기준 부과방식 비용률은 공무원연금 34.5%, 군인연금 45.8%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 인상 등 개혁을 하지 않은 채 각 공적연금의 적립 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세대는 기금고갈 이후에 노인 세대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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