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의관·공보의 파견” vs 의협 “지역의료 말살, 추석 연휴 부당노동”
입력 2024-09-03 08:16:24
수정 2024-09-03 08:16:24
4일 응급실에 군의관 15명…9일부터 공보의 포함 235명 파견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정부가 이달 4일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진료 제한 응급실에 긴급 배치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응급의료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지난 2일 이같이 밝혔다.
박 차관은 “군의관과 공보의 등 대체 인력을 조속히 배치하겠다”며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총 15명의 군의관을 이달 4일 배치하고, 9일부터 8차로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후속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조속히 개선하겠다”며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가산, 후속 진료인 수술·처치·마취 행위에 대한 200% 가산은 이번 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후속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별로 응급 또는 후속 진료가 가능한 의료인력을 공유하고, 순환당직제 대상 확대를 통해 지역의 응급의료 수요를 적시에 해결하겠다”며 “9월 11∼25일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운영해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올해 설 연휴보다 400여개소 많은 4000개소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지정하고, 60개의 코로나19 협력병원과 108개소의 발열클리닉을 지정해 경증환자의 지역 병의원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박 차관은 “군의관, 공보의 파견, 진료지원 간호사, 촉탁의 채용 등을 통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며 “최근 일각의 주장처럼 응급실 근무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의협은 “추석 연휴에 응급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시설 외 민간 의료기관에 정부가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데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회원 대상 안내에서 ‘연휴 기간 무리하게 진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의협은 “의료 현장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대통령이 공언한 만큼 이번 연휴에는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스스로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지키시길 바란다”고 회원들에게 전했다.
또 의협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군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복무중인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정부가 오히려 지역의료를 말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