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잇단 사망사고에 대표 구속' 영풍 석포제련소, 인력감축설에 '뒤숭숭'
입력 2024-09-03 14:30:51
수정 2024-09-03 15:59:51
영풍그룹의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에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 9개월간 세 차례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에 각종 환경 관련법 위반으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운영 상황이 악화하자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1공장을 중심으로 지난 8월 말부터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직원들을 내보내며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하청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 나간 자리에 직원들을 전환배치해 업무 강도와 위험도가 높아진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포제련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직원뿐 아니라 석포제련소 소속 직원들까지 10~20% 정도 구조조정을 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직원들 동요가 커지고 있다"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본사(원청) 차원이 아닌 하청 및 협력업체의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관계자는 "일련의 사고와 부분 조업 중단으로 제련소 생산량이 줄어 일감이 감소한 하청 및 협력업체가 일부 직원을 내보내거나 유휴 인력 조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영풍 소속 직원들을 부서 이동 및 전환배치한 것은 맞지만, 영풍이 직접 하청 및 협력업체 직원들을 내보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 구조조정 위기…대표이사는 '중처법' 2호 구속
석포제련소는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영풍그룹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군 소재 아련 제련소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연간 아연 생산량은 35만톤 규모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4위 수준으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근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로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가 감돌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가동률 하락과 사법 리스크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속 직원들도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환경·안전사고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제련소 가동률은 지난해 80%에서 올해 상반기 58%까지 떨어졌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3차례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3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지난 달에도 10일간 가동 중단…조업 차질에 생산량 감소 현실화
최근에도 석포제련소 내 환경오염물질 방지시설 부정 가동이 적발돼 환경오염시설법 위반으로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10일 조업금지 처분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7월 25~8월 3일까지 10일간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10일 가동 중단으로 이미 수백억원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적도 부진하다. 영풍은 인명사고와 부분적인 조업 중단 여파로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익 규모는 8338만원에 그쳤다.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제련부문 실적 감소가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환경법 위반에 따른 제재로 연간 1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환경오염 방지 시설에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오랜 동업자였던 고려아연과의 분쟁으로 재무 및 법적 리스크도 부담이다. 영풍의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황산 물량을 처리해온 고려아연이 지난 6월부로 계약 종료를 선언하면서 영풍은 아연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황산은 아연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로, 별도 탱크에 저장·관리하거나 황산을 필요로 하는 국내외 기업에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영풍은 연간 40만톤 가량의 황산을 처리해야하는데 고려아연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종료로 이를 위한 운송과 저장, 관리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중단에 대해 지난 7월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