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 후 9월 글로벌 금리 인상 전망이 대세
가계부채·부동산버블 막으려 금리 동결하면 경기 침체에 대응 늦어져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인사들이 참석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일컫는 잭슨홀 미팅이 지난 8월 22일부터 3일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개최됐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 의장이 미팅에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기 시작한 이후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시각과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잭슨홀 미팅은 금리 피벗(정책 전환)에 관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미팅 결과에 따라 각국의 통화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팅의 대주제는 예측이 어려워진 통화정책의 실효성과 전달경로에 관한 것이었지만 모든 사람의 관심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에 있었다.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이번 9월에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피벗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8월에 이어 추가적 금리인하에 대한 예상을 가능케 했다.
유럽의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지적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이 지난 6월 금리인하에 이어 추가 금리인하를 시행할지도 관심사이다. 9월 FOMC에서 금리인하 기조로 피벗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9월 초에 발표되는 미국의 8월 노동시장 관련 지표에 따라 금리인하의 폭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2%대로 진입했다. 2~3월간 3.1%로 잠깐 상승했지만 그 이후 7월까지 2%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대에서 서서히 둔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환율 역시 최근 안정되는 듯한 양상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보다 낮게 수정했다.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성장률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수정한 것은 내수경기에 대한 비관적 예측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도 미국과 유럽의 금리 피벗 기조에 동조할 전제 조건을 갖추었지만 9월 금통위가 금리 피벗 정책을 결정할지는 의문이다. 한은 총재가 지적했듯이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지만 , 자칫하면 금리 피벗으로 인해 발생한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계부채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관련 대출에 대한 디레버리징도 속도를 낼 수 없게 된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효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정부의 주택정책 여파로 인해 주택공급 증가에는 시간이 걸리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정책도 실질적 효과가 바로 나타날지 의문이다. 부동산 버블의 차단과 금융안정도 중요하지만 정책 시차가 상대적으로 길고 전달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통화정책의 선제적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경기침체가 진행되면 금리 피벗의 실효성을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