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퀸 메이커’ 낸시 펠로시의 패션 정치학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입력 2024-09-08 06:04:01
수정 2024-09-08 06:04:01
고령의 바이든을 사퇴시킨 고령의 리더
자신 또한 세대교체 요구에 직면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은 민주당의 막후 조정자로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사퇴시키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펠로시는 볼티모어의 정치 가문에서 자랐으며 결혼 후 서부로 옮겨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하원의장으로서 20년간 민주당을 이끌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퀸 메이커’라는 별칭이 붙은 펠로시는 정치자금 모금에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으며 이번에 해리스를 옹립하면서 민주당의 확고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대선후보 지지 연설을 할 때 착용한 연한 보랏빛이 감도는 하늘색 팬츠 정장 슈트와 볼드한 목걸이는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 의상은 통합과 협력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보라색은 전통적으로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양극단을 아우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펠로시가 민주당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협력을 강조하는 인물임을 시사한다. 하늘색 톤은 평화와 진정성을 나타내며 펠로시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한다.
보라색 슈트로 통합과 협력 강조
펠로시의 패션은 단지 외적인 치장이 아니라 그의 리더십, 정치적 입장,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펠로시의 패션 선택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정치적 무대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펠로시는 정치적 무대에서 파워슈트를 통해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특히 다양한 색상의 파워슈트는 그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이는 결단력과 권위를 상징하며 정치적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펠로시가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를 지지하며 입은 파워슈트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그가 여전히 민주당의 중심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이 파워슈트는 전통적인 테일러드 재킷과 슬림한 팬츠로 구성돼 깔끔하면서도 권위 있는 실루엣을 강조했다.
팬츠 정장은 여성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하는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다. 여기에 볼드한 목걸이를 더해 우아함과 결단력을 동시에 표현했다.
목걸이의 보랏빛과 브라운 알이 섞인 디자인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결합을 상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펠로시는 강인한 여성성을 표현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를 대중에게 명확히 전달하며 통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무기화된 우아함, 절제와 강력함의 균형
펠로시의 패션 철학은 ‘무기화된 우아함’으로 요약된다. 그의 스타일은 화려함이나 과시보다는 절제된 우아함에 중점을 두며 이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고 상대방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펠로시는 언제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자신감과 결단력을 표현할 수 있는 의상을 선택해왔으며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외적 표현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과 연결된 전략적 행위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클래식한 실루엣을 선호하는 스타일은 그의 정치적 입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펠로시가 자주 입는 네이비블루, 딥 레드, 클래식 블랙의 파워슈트는 결단력과 권위를 상징하며 정치적 이미지에 안정감과 신뢰를 더한다. 이러한 의상 선택은 그가 지향하는 정치적 이미지를 강화하며 안정적이면서도 진취적인 리더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패션을 강력한 메시지 전달의 도구로
펠로시는 패션을 정치적 전략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해왔다. 그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의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왔으며 이는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됐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펠로시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함께 여성 참정권 운동을 기념하며 흰색 정장을 착용했다. 이 흰색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입던 색으로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상징한다.
이들의 드레스 코드는 ‘서프러제트 화이트’로 알려졌으며 트럼프의 여성 혐오적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동시에 여성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또한 트럼프 탄핵 표결 과정에서 펠로시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을 입어 장례식처럼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리는 듯한 이미지로 해석됐다.
펠로시가 착용한 ‘하원의 지팡이’ 브로치는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액세서리로 주목받았다. 펠로시의 이러한 패션 선택은 외모를 꾸미는 것을 넘어 여성 리더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정치적 연대와 결속을 상징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 패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한 예로, 미디어 중심 시대에서 정치인의 패션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펠로시의 패션은 정치적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의 리더십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왔다. 펠로시는 패션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며,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해왔다.
앞으로도 펠로시의 패션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도구로써 계속해서 활용될 것이며, 그의 리더십과 정치적 입지는 이러한 패션 전략을 통해 더욱 공고히 다져질 것이다.
펠로시는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을 사퇴시키면서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었으며 8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자신 또한 직면하게 된 고령에 따른 비판과 세대교체 요구가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는 홈리스 문제와 마약중독 위기에 직면해 있어 지역구 내 정치적 도전도 크다. 아울러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당내 리더십 변화와 관련된 논쟁이 그의 정치적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로시의 패션은 단순한 스타일 선택이 아닌 정치적 무기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패션정치’ 측면에서 그가 향후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