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총 하루 만에 374조원 증발…'반독점' 악재까지 겹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미국 증시 9월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의 경제 둔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고조된 영향이다.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에 반독점 조사 관련 소환장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더 고꾸라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9.53% 하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789억달러(약 374조원)가 증발했다. 미 증시 사상 최대 규모 일일 손실액이다.

이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면서 애플(-2.72%)과 마이크로소프트(-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의 낙폭은 가장 컸다.

또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AMD가 7.8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각각 6.16%와 6.53% 내렸고 퀄컴도 6.88% 하락했다. 이에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75% 급락했다. 시장 약세 속에 AI 거품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매도세가 강화됐다.

특히 미 정부가 엔비디아 '반(反)독점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를 더욱 끌어내렸다.

미국 법무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반독점 조사 관련 소환장을 보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도 엔비디아 독점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어 엔비디아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블룸버그통신, 로이터 등 외신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다른 기업들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소환장을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자신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AI 칩 설계 경쟁사들은 엔비디아가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다른 업체들의 칩을 구매하는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블룸버그 통신에 “엔비디아는 벤치마크 결과와 고객에 대한 가치로 시장에서 승리하고 있다”며 “고객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설루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한편 프랑스 당국도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당국은) 최근 AI 경쟁 보고서에서 가속 컴퓨팅에 필수적인 GPU와 엔비디아의 개발자용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의존도를 우려했다”며 “프랑스 경쟁 당국이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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