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혼자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Z세대가 '혼밥' 트렌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CNN 방송은 1인 식사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고, '혼밥'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주요 배경으로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꼽았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인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또 오픈테이블이 지난 6월에 2,000명 대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지난 1년간 혼자 식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Z세대는 응답자의 68%가 혼자 식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패스트 캐주얼 식당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1인 식사에 더욱 익숙해졌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이제는 간편한 식사를 넘어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위해 혼자 테이블에 앉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실제 시장 조사 회사 민텔이 2022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CNN은 "설문조사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MZ세대가 1인 식사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SNS 덕에 '혼밥'하기 좋은 음식점을 찾는 것이 쉬워졌으며, 인구 통계학적 변화도 이런 추세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레스토랑 컨설턴트 스티븐 자고르는 사회의 변화가 식사 트렌드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인의 30%가 1인 가구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치다. 또 이전보다 늦게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1970년에는 25~49세 미국인의 67%가 결혼해 아이를 키웠지만, 현재는 37%에 불과하다.
오픈테이블의 최고 성장 책임자(CGO) 로빈 챵은 일부 사람들이 혼자 식사하는 것을 자신을 돌보는 방법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오픈테이블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나만을 위한 시간’이 ‘혼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지난해 레스토랑 예약 앱 레지의 설문 조사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가 1인 식사의 주요 이유로 꼽혔다.
마케팅 전문가 리앤드라 몰트리(34세)는 브런치와 점심, 저녁 식사 등을 위해 자주 ‘혼밥’을 한다며 CNN에 “혼자 경험하고, 인맥까지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점을 소개하는 전문 SNS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면서 혼밥하기에 좋은 장소를 쉽게 찾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혼자 외출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고, 바텐더나 웨이터 혹은 다른 손님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혼밥 트렌드가 퍼지자, 미국 음식점들은 셰프 테이블을 추가하고 및 조리대 좌석을 배치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섰다.
자고르 컨설턴트는 “음식점 입장에서는 좌석을 채울 수 있는 기회”라며, “음식점은 테이블이 아닌 좌석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태국 음식점 말라이 키친의 공동 소유주 야스민 웨이지는 점심과 늦은 오후 시간대에 1인 예약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혼자 온 고객들은 주로 바 자리에 앉았지만, 이제는 테이블이나 부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웨이지는 3년 전 음식점을 개업할 때 2인용 부스로 디자인했다. 음식들도 각자 먹을 수 있도록 제공했고, 혼자 식사하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웨이지는 과거 혼자 식사하는 것은 좋지 않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하며 “매우 편안해 보인다. 40분간 세상과 단절하고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스미스’와 ‘팔라’ 음식점을 소유한 코너 테이블 레스토랑의 부사장 애덤 버크는 사업을 ‘혼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혼밥 고객들은 주로 직원과의 소통에 관심이 있다며, 1인 식사자에게 음식을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혼밥’ 트렌드는 한국 젊은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2023 직장인 점심식사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점심시간 혼밥을 한다는 직장인 비율은 2020년 31.8%에서 2021년 35.3%, 지난해엔 42.6%까지 상승했다.
특히 젊은 세대 직장인일수록 혼자 밥을 먹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점심을 혼자 먹는 편이라고 답한 비율은 20대 50%, 30대 51.8%이었다. 반면 40대 38%, 50대는 31.6%에 그쳤다.
또 지난해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동국대 가정교육과 이심열 교수팀이 19∼39세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대 2명 중 1명은 하루 한 끼 이상 혼자 식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세대의 43.7%는 하루 한 번 이상 혼자 식사했으며, 하루 2회 이상 혼자 식사하는 비율은 17.1%였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