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빌려면 2유로”… 이탈리아, 트레비 분수 유료화 검토


이탈리아 당국이 로마 관광지 ‘트레비 분수’에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이 심화하자 관광지 유료화로 관광객 수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8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알레산드로 오노라토 로마 관광 담당 시의원은 트레비 분수에 입장하는 관광객에게 2유로(약 2,970원)를 걷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전 예약 및 입장료 결제 후 QR코드를 통해 입장하는 방식이다.

이때 분수 옆 광장에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분수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9개의 돌계단을 오르는 사람에게만 입장료를 걷을 계획이다. 로마 시민은 무료다.

오노라토 시의원은 “2유로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분수에 던지는 동전과 비슷한 금액”이라며 입장료는 수익을 위해서가 아닌 방문자 수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노라토 시의원에 따르면,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위법 행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 음식을 먹거나, 비둘기에 먹이를 주고, 영화를 따라 분수에 뛰어드는 식이다. 오노라토는 “누가 들어오든 우리는 그들의 이름과 사는 곳을 알게 된다”며 사전 예약 시스템이 이러한 행동들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해당 정책은 시의회에서 심의를 거친 후에 발효될 예정이지만,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이미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5일 트레비 분수 관광객 제한 조치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또 "트레비 분수는 현재 기술적으로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레비 분수에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특히 가톨릭 정기 희년인 내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3,200만 명의 관광객과 순례자가 로마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군중을 통제하는 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레비 분수는 1762년 완성된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세 갈래 길’(tre via)이 만나는 곳에 있다고 해서 트레비라는 이름을 얻었다. 특히 ‘분수를 등지고 서서 오른손으로 동전을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속설이 유명하다. 로마 지역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지난해 트레비 분수에서 건진 동전은 약 160만 유로(약 23억 원)에 달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