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준 추석 선물’ 엔비디아 8.15% 급등, 왜?

美 정부, 엔비디아 최신 AI칩 사우디 수출 허용 검토
젠슨 황 골드만삭스 주최의 기술 포럼서 연설, “수요 너무 많아 감동”

젠슨 황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지지부진하던 엔비디아 주가가 최신 인공지능(AI) 칩의 사우디 수출 허용 가능성 소식에 11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8.15% 오른 116.91달러(15만6659원)에 마감했다.

지난 6일 102.83달러까지 밀리며 100달러선도 위태로웠던 주가는 3일 연속 상승하며 120달러선에 한 발짝 다가섰다. 2조5000억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시가총액도 2조8640억 달러까지 상승하며 3조 달러 재진입에 다시 접근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 IT매체 세마포르(Semafor)의 보도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제3회 글로벌 AI 서밋(GAIN)’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데이터 및 AI 당국(Saudi Data and AI Authority)’ 관계자 등 서밋 참석자들은 사우디가 엔비디아의 AI 칩을 신속하게 받기 위해 미국의 보안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서밋에서 칩 판매는 비공식적인 주요 주제로, 엔비디아 칩을 이용할 경우 사우디가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있는 40개국 이상에도 수출시 허가를 별도로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으로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만 소식통은 사우디가 미국 기업의 최신 칩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관계를 제한하면서도, 미국이 최첨단 칩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문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정부는 엔비디아의 가장 최신 칩인 엔비디아 H200의 인도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H200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내놓은 음성 대화가 가능한 최신 AI 모델 GPT-4o(포오)에 사용된 칩이다.

이에 대해 미 상무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허가 등 향후 정책 조치에 관한 수출 통제 결정은 상무부와 국무부, 국방부를 포함한 엄격한 기관 간 절차의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AI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점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그는 이날 골드만삭스 주최의 기술 포럼에 참석해 “수요가 너무 많아 감동”이라며 AI의 미래를 낙관했다. 젠슨 황의 연설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킬 기회로 여겨졌다.

젠슨 황은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와 대담을 하면서 “생성형 AI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데이터 센터를 넘어 전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 힘입어 이날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이날 4.90% 올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주가는 4.80% 상승했고 브로드컴은 6.79%, AMD와 퀄컴 주가도 각각 4.91%와 3.02% 올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17% 오른 1만7395.5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07% 오른 5554.13에,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0.31% 오른 4만861.71에 장을 마쳤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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