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고려아연 구하기' 총력전…현대차·LG·국민연금 설득할까

"미래 먹거리 책임지는 향토기업, MBK에 넘어가면 中에 팔릴 것"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 펼치고 대통령실에도 건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 1일)을 하루 앞둔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에 울산시가 공개적으로 고려아연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MBK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 시장은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감안한다면 고려아연 인수 후 연구 개발과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울산의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해 울산시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다만, 시장으로서 지역 향토 기업인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면 한다"고 기자회견 이유를 밝혔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은 지난 50년간 울산과 함께 한 향토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수소나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며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며 "산업수도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울산기업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한국경제신문


120만 울산시민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 전개


아울러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맞서 120만 울산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본격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SK가 외국계 헤지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쳐 막아낸 바 있다"며 "이번에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 참여로 120만 울산시민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시장은 "정부에는 이틀 전 접촉해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울산시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했으며, 지역 정치권에 이어 국회의원, 일부 상공계와도 접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겠다"며 "정부나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체, 국민연금에도 울산시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LG, 한화는 고려아연 지분 17.3%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김 시장은 지난 16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17일에는 울산시의회가 "적대적 M&A에 우려를 표한다"며 공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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