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국산 샤인머스캣 포도의 인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한때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귀족 과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중국 자체 생산이 늘고 품질이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3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포도는 138만 달러(약 18억 4,500만 원)이다. 이는 전년 273만 달러보다 49% 줄어든 수치다. 한국이 수출하는 포도 중 샤인머스캣 비중은 지난해 기준 91%를 차지한다.
또 한국의 샤인머스캣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2%에서 지난해 3%로 감소했다.
기존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중국산보다 높은 품질 덕분에 비싼 가격에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에서 프리미엄 등급의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면서 한국산은 빠르게 밀리고 있다.
더 페이퍼, 광저우넷 등 현지 매체는 중국 내 샤인머스캣 자체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지난해 기준 120만 묘(약 800㎢)로 2013년 대비 60배로 늘었다. 또 올해 하이닝 지역에서만 약 2만 묘(약 13㎢)의 샤인머스캣 포도 재배지가 새로 조성됐다.
항저우 과일 도매업자 마청궁은 “10년 전에는 샤인머스캣을 공급받기 위해 경쟁 입찰까지 벌였지만, 올해는 매일 약 1,000개 상자의 포도를 쉽게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그는 “지금 국내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샤인머스캣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10년 전 가장 비싼 샤인머스캣 품종은 도매가 기준 1근당 300위안(약 5만 7,000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A등급도 50위안 정도(약 1만 원)에 불과하다. 이에 일부 농가는 고품질 포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샤인머스캣 품질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중국의 소비 위축도 한국산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만이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최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대만이 중국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홍콩과 베트남을 제친 것이다.
지난해 대만으로 수출한 한국산 포도는 1,068만 달러(약 142억 8,000만 원)에 달한다. 2021년 51만 달러에서 20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 포도 수출액 중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24%로 높아졌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