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에 고려아연 넘어가면 전원 사표…누가 애사심 갖고 일할까" 장형진 작심 비판
입력 2024-09-24 14:00:08
수정 2024-09-24 14:00:08
고려아연 이제중 CTO와 핵심 기술인력들
"적대적 M&A 반대" 기자회견
"장형진이 유해 폐기물 처리 떠넘기고, 최윤범이 반대하자 갈등 시작"
"석포제련소 사망사고·대표 구속 안타까워…장형진 책임"
"영풍이 그동안 카드뮴 처리를 비롯한 석포제련소의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 하는 등 대주주로서 부당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 갈등의 책임은 영풍의 실질적 경영자인 장형진 영풍 고문에게 있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이 장형진 영풍 고문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고려아연과 영풍 간 갈등의 책임이 장 고문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 부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50년간 피와 땀으로 일궈온 대한민국의 자존심,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국민 여러분께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외 주요 산업에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고려아연은 우리 엔지니어, 연구원,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고 했다.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에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는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풍은 사업 부진으로 연속 적자에 시달리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심지어 인력 감축까지 진행 중"이라며 "구속된 박영민 대표는 제 동기이자 친구고, 석포제련소 직원들도 우리의 동료이자 가족인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노동자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직업성 질병에 걸리게 한 혐의(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영민 영풍 대표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구속 기소하고, 원청인 영풍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아르신 가스에 중독돼 치료받다 숨졌으며 3명은 가스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에 이르게 됐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은 대표이사 시절 저를 불러 '당신은 정치를 할 줄 모른다. 나는 당신을 자를 수 있다'고 언급했던 분"이라며 "사람을 가족처럼 대하고 인재와 안전에 투자하는 게 최윤범 회장이라면 머슴처럼 대하는 게 장 고문이다. 누가 애사심을 갖고 일하겠나"라고 직격했다.
또 이 부회장은 "영풍 경영진은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석포제련소 정상화를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이 석포제련소 폐기물 문제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반대하자 그때부터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풍과 고려아연 갈등의 책임은 명백하게 장형진 고문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저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며 "기술과 경영 전문성을 모두 갖춘 최윤범 회장 때문에 양사 관계가 틀어졌다고 하는 장형진 고문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지난 10년간 고려아연은 끊임없는 기술 고도화로 평균 영업이익률 12.8%를 달성했는데 이는 경영진들의 경영 능력과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수치"라면서 "같은 기간 영풍은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지만, 고려아연 배당을 통해 700억~1000억원을 받아가며 적자를 버텨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만큼 투기자본이 들어오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향후 중국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데 국가적인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기술유출과 중국 매각 우려에 대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제가 장담한다"며 "(MBK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적대적 M&A가 성공한다면 기간산업에 중요한 자동차, 반도체, 철강, 소재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기술 해외 유출을 막고 국가와 국민, 주주를 위해 기술 안보를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