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고문직 앞세워 적대적 M&A 주도…중대재해 처벌 회피 수사해야"
입력 2024-09-27 22:33:16
수정 2024-09-27 22:37:24
고려아연이 27일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경영협력 계약에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영풍 사내이사도 아닌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주도한 이유와 배임 의혹을 해명하고, 주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입장문은 이날 강성두 영풍 사장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의 정당성을 강조한 직후 나왔다. 지난 26일 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영풍, 대표 구속·공장 가동률 반토막·적자 심화
…기자회견 할만큼 한가할 때냐"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가 상향을 밀실 야합으로 규정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라며 "대표이사 공백 속에서 공장 가동률 반토막, 경영 실적 악화, 인력 감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야 할 상황에서 '묻지마 빚투' 설명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장형진 고문을 겨냥해 "영풍 개인 지분을 단 0.68%(공시 기준)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 고문은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지난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 경영의 시대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MBK파트너스와 같은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은 "이는 이사회 일원이 아닌 장형진 고문이 사실상 주식회사 영풍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영풍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영풍 경영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고문직을 앞세워 각종 중대재해 처벌을 피해 왔던 각종 사건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에 3000억 쏜 영풍, 금융기관 차입 2.7배 증가 '묻지마 빚투'
대규모 차입에 대한 비판도 이어나갔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적대적 M&A의 야욕을 이어가기 위해 3000억원을 무리하게 차입해 가며 MBK파트너스에 돈을 빌려줬다"면서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이 적대적 인수만 성공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상향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3000억원을 빌려 결국 금융기관 차입이 2.7배나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지난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371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데 장형진 고문 개인의 지시에 의해 배임적 성격의 결정을 한 게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풍·MBK, 투자금 회수 위해 핵심 기술 中 매각해 수익화
"고려아연 빚더미로 만들 것"
아울러 고려아연은 "적대적 M&A 시도 과정에서 들어간 과도한 차입으로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우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배당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 관련 "투자금 회수라는 투기적 사모펀드의 속성을 고려하면 배당금뿐만 아니라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 명백하며, 이에 앞서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을 매각하거나 중국 등 해외에 기술 공유를 통해 적극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실들을 숨긴 채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배당을 약속하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미래의 성장과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신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모순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고배당과 신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 투자금 회수를 동시에 하겠다는 건 고려아연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