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금융위원장’에게 쓴소리 듣는 임종룡…부당대출 관련 질문엔 묵묵부답

김병환 금융위원장, 8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이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금융지주 회장단에 “금융사고는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저하하는 사안”이라고 꼬집으면서 철저한 내부통제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8개 금융지주회장 및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금융지주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는 역할이나 규모면에서 시장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시장의 평가와 국민의 시각을 유념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과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위원장(2015년 3월~2017년 7월)을 맡았던 '선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 이후 김 위원장과 임 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대면하는 것.

김 위원장은 이달 중순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금융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임 회장 앞에서 같은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임 회장은 “부정 대출 사건 관련 입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끝내 침묵했다.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관련 계획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8월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 약 350억원을 내준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 등 계열사에서도 대출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금융 전반에서 통제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금융은 은행에서 비은행 계열사로, 금융당국에서 사법당국까지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에 진행할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를 앞당겨 10월 진행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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