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껏 잘살게 된 이유[서평]

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아트 카든 지음 | 임경은 엮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오늘날 세계가 이룩한 위대한 경제 성장, 즉 대풍요가 오기까지 기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왜 우리가 이토록 잘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바로 ‘자유주의’ 덕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주의란 18세기 근대 자유주의를 이르며 모든 이에게 동등한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대를 거쳐 현재 일리노이대 경제학과 교수인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는 부르주아 시대 경제와 역사에 대한 3부작 시리즈(부르주아의 덕목, 부르주아의 평등, 부르주아의 위엄)를 집필한 경제사학자로서 오늘날 퇴색해가고 있는 근대 자유주의에 대한 회복을 역설한다. 그가 최근에 발표한 신간을 통해서다.

세계의 대풍요는 네덜란드와 영어권 국가들을 필두로 스웨덴, 일본, 이탈리아, 이스라엘, 중국, 인도로 확산된 고전적 자유주의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자유주의가 싹튼 시기는 1517년부터 1789년까지로 북서부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적, 정치적 혁명이 그 발단이 되었다. 사람들을 간섭하지 말자는 이데올로기, 즉 자유주의적인 ‘부르주아 딜’이 서서히 사회에 침투해 뿌리를 내리면서 결국 유럽인들은 최초의 근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말한 “평등, 자유, 정의를 토대로 하는 자연적 자유 체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은 자유를 획득한 1800년대부터 지금까지 혁신적인 기술과 제도를 고안해 놀라운 업적을 달성해왔고 1인당 실질 소득은 그 전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인 3000%나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매클로스키는 자신의 대표 전작인 부르주아 3부작을 통해 물질적 요인만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정서, 중산층과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인해 세계가 풍요로워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한 권으로 모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정리한 이 책을 통해 자유주의 성장 이론에 대해, 우리 삶이 풍요로워진 과정에 대해 역사, 경제, 문학, 철학, 대중문화 등을 넘나들며 유쾌한 방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풍요는 절약이나 자본주의로 인한 것도 자원, 철도, 재산권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노예제나 제국주의로 이뤄낸 것도 교육과 과학의 역할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현대의 사회 개선을 가능케 한 시계태엽, 즉 핵심은 개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혁신주의와 맞물려 세상을 바꿨다는 것. 저자는 자유주의야말로 지구상의 빈곤을 해방시킬 잠재력을 가졌으며 우리를 더 잘살게 하는 동시에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국가나 정부에 자신의 삶을 맡기기보다 자신의 이익과 열정을 추구하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한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모든 인류는 계속 부유해질 것이라 낙관한다.

이 책은 자유주의가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같은 위기를 몰고 왔다는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오히려 불평등보다 더 큰 문제는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부나 부정적 사회의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만연되어 있는 시기에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유주의와 혁신주의가 이뤄낸 현대 세계의 긍정적인 면을 설득력 있게 옹호하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는 “현재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 우울하거나 세계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힘을 내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 주제가 담긴 이 책의 원제 ‘Leave Me Alone and I’ll Make You Rich(나를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당신은 부유해질 것)’를 다시금 곱씹어보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구절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자유가 너희를 부유케 하리라.”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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