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커버곡을 둘러싼 법적 쟁점[최자림의 지식재산권 산책]

[지식재산권 산책]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됨에 따라 최근에는 소위 AI 커버 곡이 다수 제작되고 또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AI 커버 곡이란 원곡자가 아니라 다른 인물의 목소리로 바꾼 곡을 말한다. AI 커버 곡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작도구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AI 커버 곡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원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른 한편 AI 커버 곡은 실제 해당 곡을 부른 가수가 아닌 다른 유명인의 목소리가 사용되므로 자신의 목소리가 활용된 유명인의 입장에서는 이를 반드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자신의 목소리가 활용된 유명인이 이에 대해 불쾌감을 피력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유니버설뮤직의 경우 플랫폼을 상대로 AI 기술로 합성해 만든 음악을 삭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AI 커버 곡이 대거 제작되어 유통됨에 따라 실제로 해당 곡을 부른 사실이 없음에도 해당 곡을 부른 것처럼 그 진위에 대해 논란이 되는 것은 윤리적인 측면의 문제도 있지만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쟁점이 있다.

먼저 AI 커버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상 곡에서 목소리를 추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므로 그 과정에서 권리자의 이용 허락의 범위를 넘어 음악저작물이 사용되거나 완성된 AI 커버 곡을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할 경우 이는 저작권법상 복제권이나 전송권 등의 침해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명인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행위를 둘러싼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의 음성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정 인물의 음성을 사용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법률상 명시적인 조문은 없으나 판례는 헌법 제10조 제1문을 근거로 해 음성권을 인정하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또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했다.

따라서 타인의 음성을 무단 사용하는 행위와 관련해서는 먼저 음성권이 문제가 되나, 음성권은 인격권의 하나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유명인의 음성을 AI 커버 곡의 형태로 사용하는 것만으로 언제나 인격적 이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AI 커버와 관련하여 보다 주요한 쟁점은 소위 ‘퍼블리시티권’이 될 것이다.

퍼블리시권이란 일반적으로 성명, 초상, 목소리 등 기타의 개인의 동일성(identity)을 나타내는 표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다. 퍼블리시티권을 독립적인 권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다. 판례는 주로 인격권에서 기초한 초상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기초해 이를 보호해 왔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의 신설 이후에도 퍼블리시티권이 별도의 독립적인 권리로 인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 물권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률의 근거 없이 물권과 유사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개정 민법안에서는 모든 개인들의 보편적 권리로서 ‘자신의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와 그 보호 수단을 두고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 개정안은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 대신 ‘인격표지영리권’이라는 우리말로 명칭을 정하고, 또한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등의 내용을 정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내용으로 민법이 개정될 경우에는 자신의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보편적인 보호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이러한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창작환경 속에서 기존의 권리자와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는 항상 생각해야 할 문제다. 기술과 창작 산업이 균형 있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최자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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