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해결책, 인구이동 밖에 없다"[외국인 300만 시대④]

[외국인 300만 시대④ : 이종관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인구절벽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이를 막으려면 더 태어나거나, 덜 죽거나, 더 들어와야 한다. 이 중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인구이동뿐이다.”

이종관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서울 시내 외국인 유입에 따른 한국인의 거주지 변화, 저숙련 이민자 유입에 따른 지역 시설 변화 등을 꾸준히 연구한 학자다.

그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유입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 이민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1세대는 세탁소, 편의점으로 시작했지만 2세대와 3세대는 의대, 공대로 진학해 고숙련 전문가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외국인 유입으로 저출산,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나.
“인구가 부족해서 오는 모든 문제를 외국인 유입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동시장과 생산가능인구 확대 측면에서 이민자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와 이민자를 ‘효율적으로’ 받았을 때를 비교하면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 반면 지방소멸은 외국인 유입만으로 막을 수 없다.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없으면 이민자가 들어온다고 해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나 이민자는 한국인에 비해 경제적 기회에 훨씬 더 민감하게 이동한다. 특히 재외동포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나 이민자는 경제적 기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저임금·노동집약적 산업에만 종사할 수 있는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도 유의미한가.
“노동시장에는 긍정적이다. 한국은 학력과 경력 수준이 높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고숙련 근로자와 저숙련 근로자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대체될 수 없으니 고숙련 인구가 많은 한국에 저숙련 외국인이 유입되면 서로의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다. 문제는 노동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다. 데이터를 보면 서울 시내에서도 대림동처럼 외국인이 많이 늘어나는 지역은 슬럼화되는 측면이 있다. 연구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지역은 생활편의시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통계상으로 범죄율이 늘어나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생활편의시설이 낙후하고 거리가 슬럼화되면 사회 갈등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물론 저숙련 외국인보다 고숙련 외국인이 들어오면 경제 생산성은 더 높아지고 산업 확장 기회도 커진다. 하지만 ‘고숙련 외국인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다른 선택지를 두고 한국을 선택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반면, 숙박비 등에 드는 비용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외국인고용허가제 내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면 우선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국인 구직자가 없는 경우에만 외국인을 뽑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영세한 기업에 외국인 근로자가 몰린다. 기업이 영세한 만큼 비용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아직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없다.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인 고용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까지 세금과 행정자원을 낭비해 지원하기보다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고 산업을 고도화 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행정자원의 투입이나 비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외국인 인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비용은 제도와 체계가 정착될 때까지는 치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비용을 덜 치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답은 천천히, 꾸준히 받는 수밖에 없다. 급진적으로 외국인 인구를 늘리면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특히 좋은 외국인을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고용허가제를 통한 임시직이다. 최대 10년을 체류하다 돌아가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좋은 외국인들은 한국에 정착시켜야 미래에도 좋은 외국인이 들어온다. 외국인 유입 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이 ‘내가 아는 친척이 저 나라에 사는지’, ‘내 친구가 저 나라에 사는지’다. 유학생이나 고용허가제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이어도 성실하게 잘 근로하고 문화에 잘 적응한 사람들은 정착을 해서 가족도 데려오고 그 2세들이 여기서 커나가는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민 2세들에게는 결국 고숙련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큰 문제인가 싶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같은 사회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이 국가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 이민의 역사를 생각하면 한국인도 처음 미국으로 갔을 때는 세탁소, 슈퍼마켓을 했다. 이들의 자녀가 커서 의대도 가고 법대도 가고 공대도 가는 것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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