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보면 종종 아이의 거짓말로 훈육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잘못을 해놓고 안했다고 울며불며 호소하는 아이를 훈육하다보면 문득 ‘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넘어간 거짓말은 또다시 찾아온다. 비슷한 패턴으로 말이다. 물론 아이의 거짓말은 한 번에 바로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반복하며 가르친다.
어른들의 가르침 속에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운다. 더 나아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축구협회지난해부터 불거진 대한축구협회의 행태는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선임부터 황선홍·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까지 절차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의 태도에 다시 한번 불신의 꽃을 피우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 질의가 쏟아졌다. 그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축협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묻고 답하는 자리였다. 문체위 의원들 대부부은 국민들의 분노 섞인 감정을 대변하듯 포효하며 질문했다.
이날의 핫 키워드는 ‘동네 계모임만도 못한 축협’이었다.
이날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홍명보 감독 선정과정에서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채점표가 서류로 남아 있지 않다”면서 “동네 계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데 축구협회는 동네 계모임보다 못한 곳 같다”라고 비판했다.
축협의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은 지난해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선임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감독 선발을 위해 선발된 전력 강화 위원회는 클리스만 감독이 선임된다는 사실을 발표 30분 전에 통보 받았다. 졸속으로 발표된 신임 감독의 성적은 처참했다. 성적과 더불어 그가 한국 축구에 접근하는 태도에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계약기간을 끝내 채우지 못하고 클리스만 감독 경질로 마무리됐던 이 해프닝은 수십억 원의 위약금 지불이라는 오명만 남게 했다.
이후 황선홍·홍명보로 이어진 감독 겸임 및 선임의 절차를 지켜본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가중됐다.
당시 홍 감독은 “협회에서는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했다고 하는데 불법적인 것이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조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월드컵 예선 경기가 코 앞”이라며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참 어려웠다. 앞으로 국가대표팀에 마지막 봉사를 할 생각”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이 답변에서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홍명보 감독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조계원 의원의 질의, 국민들이 기다린 대답은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했느냐'를 묻는 질문이었다는 걸 다시한번 짚고 넘어간다.
축구협회, 회의록 공개로 ‘잘못없다’···문체부, 잘못된 절차 지적
지난 1일 축협은 ‘2024 제 10차 KFA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홍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협회가 꺼내든 카드다.
이 회의록에는 홍 감독과 더불어 2명의 해외 감독을 최종협상안에 올렸다. 축구협회 측은 “(정해성 위원장 사임 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선임 후속 업무를 맡아 최종 후보자 3명과 대면 협상을 진행했고, 최종 1순위였던 홍 감독으로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 내정을 발표하고 이사회 서면 결의를 거쳐 최종 선임 발표를 해 선임 절차를 준수했다고 축협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축협의 감독 선임 절차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2일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 중간발표에서는 그간 축협의 절차상 오류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감사 중간결과, 애초부터 감독 선임 권한이 없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기에 감독 최종 후보에 대한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진행하면서 규정과 절차는 생략됐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들이 축구협회를 향한 분노는 홍명보 감독의 지휘 실력에 있지 않다. 홍 감독의 지휘 역량은 부차적인 문제다. 감독 선임 절차 과정이 투명했는지,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로 수긍하는 태도 때문이다.
25년 간 축구계 몸담고 있는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날 국회 출석해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을 향해) 우리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과정이 투명했는지, 공정했는지를 묻고 있는데 자꾸 다른 얘기를 한다. 그게 왜 문제인지를 얘기하며 관례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비단 축구협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마냥 그들만의 리그 속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에겐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가르치는 어른들이 이제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하지만 한 번 넘어간 거짓말은 또다시 찾아온다. 비슷한 패턴으로 말이다. 물론 아이의 거짓말은 한 번에 바로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반복하며 가르친다.
어른들의 가르침 속에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운다. 더 나아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축구협회지난해부터 불거진 대한축구협회의 행태는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선임부터 황선홍·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까지 절차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의 태도에 다시 한번 불신의 꽃을 피우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 질의가 쏟아졌다. 그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축협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묻고 답하는 자리였다. 문체위 의원들 대부부은 국민들의 분노 섞인 감정을 대변하듯 포효하며 질문했다.
이날의 핫 키워드는 ‘동네 계모임만도 못한 축협’이었다.
이날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홍명보 감독 선정과정에서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채점표가 서류로 남아 있지 않다”면서 “동네 계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데 축구협회는 동네 계모임보다 못한 곳 같다”라고 비판했다.
축협의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은 지난해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선임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감독 선발을 위해 선발된 전력 강화 위원회는 클리스만 감독이 선임된다는 사실을 발표 30분 전에 통보 받았다. 졸속으로 발표된 신임 감독의 성적은 처참했다. 성적과 더불어 그가 한국 축구에 접근하는 태도에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계약기간을 끝내 채우지 못하고 클리스만 감독 경질로 마무리됐던 이 해프닝은 수십억 원의 위약금 지불이라는 오명만 남게 했다.
이후 황선홍·홍명보로 이어진 감독 겸임 및 선임의 절차를 지켜본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가중됐다.
당시 홍 감독은 “협회에서는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했다고 하는데 불법적인 것이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조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월드컵 예선 경기가 코 앞”이라며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참 어려웠다. 앞으로 국가대표팀에 마지막 봉사를 할 생각”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이 답변에서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홍명보 감독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조계원 의원의 질의, 국민들이 기다린 대답은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했느냐'를 묻는 질문이었다는 걸 다시한번 짚고 넘어간다.
축구협회, 회의록 공개로 ‘잘못없다’···문체부, 잘못된 절차 지적
지난 1일 축협은 ‘2024 제 10차 KFA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홍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협회가 꺼내든 카드다.
이 회의록에는 홍 감독과 더불어 2명의 해외 감독을 최종협상안에 올렸다. 축구협회 측은 “(정해성 위원장 사임 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선임 후속 업무를 맡아 최종 후보자 3명과 대면 협상을 진행했고, 최종 1순위였던 홍 감독으로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 내정을 발표하고 이사회 서면 결의를 거쳐 최종 선임 발표를 해 선임 절차를 준수했다고 축협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축협의 감독 선임 절차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2일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 중간발표에서는 그간 축협의 절차상 오류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감사 중간결과, 애초부터 감독 선임 권한이 없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기에 감독 최종 후보에 대한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진행하면서 규정과 절차는 생략됐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들이 축구협회를 향한 분노는 홍명보 감독의 지휘 실력에 있지 않다. 홍 감독의 지휘 역량은 부차적인 문제다. 감독 선임 절차 과정이 투명했는지,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로 수긍하는 태도 때문이다.
25년 간 축구계 몸담고 있는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날 국회 출석해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을 향해) 우리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과정이 투명했는지, 공정했는지를 묻고 있는데 자꾸 다른 얘기를 한다. 그게 왜 문제인지를 얘기하며 관례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비단 축구협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마냥 그들만의 리그 속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에겐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가르치는 어른들이 이제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