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이 이사장직 번갈아” 새마을금고 대리인 세워 6선까지 독식

사진=서울 시내의 한 새마을금고. 한경=김범준 기자
#지난해 전남의 A새마을금고의 보궐선거에서는 90대 고령의 93세 B씨가 이사장에 당선됐다. B이사장은 그러나 취임 6개월 만에 건강 문제를 들어 자진 사퇴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은 바로 직전에 이 금고 이사장을 3차례 역임한 C씨였다.

#지난해 서울의 D새마을 금고에서는 이사장 E씨가 중도 사퇴했다. E씨는 세번째 연임 중이었다. 사퇴 후 부인이 잠시 이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부인이 다시 사퇴하고 남편이 재당선됐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첫 임기 후 2차례만 연임할 수 있지만 중임 제한은 없다. 이러다 보니 이 같은 사례들처럼 마지막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한 후 남은 기간 ‘대리인’을 당선시켰다가 중도 하차하는 편법 행위가 늘고 있다.

7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재임 중인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 1235명 중 2선(선거 횟수로 집계) 이상인 이사장은 656명으로, 전체의 53.1%를 차지한다.

이 중 3선 이내인 경우는 590명(47.8%)이며, 나머지 66명(5.3%)은 4선 이상이다. 57명은 4선, 8명은 5선이었고, 6선도 1명 있었다.

'양문석 편법 대출'의 해당 금고인 대구 S금고 이사장을 포함해 2008년부터 4~5선 끝에 현재 재임 중인 경우도 많다. 전남의 한 금고 이사장은 20년 넘는 지금까지 재임 중이다.

정부는 이처럼 편법이 난무하자 지난해 4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이사장이 임기만료일 전 2년부터 임기만료일 사이에 퇴임한 경우 1회 재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사장이 2년 내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경우에도 연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또한 대리인을 내세우는 기간을 2년으로 늘렸을 뿐, 충분히 편법으로 재당선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성곤 의원은 “일가족이 이사장직을 번갈아 맡는 정황도 포착된 만큼, 중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더 촘촘히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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