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Fed의 시간 [머니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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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75~5.00%로 50bp(0.5%p)를 인하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2년 반 만의 인하다.

8월 말에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미 9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는 놀라운 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놀라운 점은 금리인하 폭이었다. 8월 초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Fed가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책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Fed의 통화정책 양대 목표는 물가안정과 최대 고용이다. 물가는 둔화되고 있고 7월 실업률은 4.3%까지 상승하면서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둔화 그리고 시기를 놓친 금리인하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이로 인해 Fed의 첫 인하는 25bp가 아닌 빅컷(50bp)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다수의 Fed 위원들은 점진적인(gradually) 인하를 주장하면서 시장의 기대와 같은 빅컷보다는 25bp 인하를 지지했다. 하지만 우리가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동안 미국 시장의 분위기는 바뀌어갔고 결과는 빅컷이었다. Fed는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인하했다고 언급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과 Fed의 대결에서 시장이 승리를 한 것이다. 다시 떠올려야 하는 격언9월 FOMC에서 인하폭과 함께 시장이 관심을 가진 것은 향후 인하 속도다. 파월 의장은 50bp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번의 인하폭은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Fed의 추가 금리인하 폭은 50bp보다는 25bp 인하일 것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9월 FOMC에서 발표된 점도표(dot plot, 총 19개의 점이 존재하며 각각의 점은 Fed 위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해당 연도의 기준금리 수준)에 따르면 Fed는 연내 추가 50bp 인하만을 생각했다. 올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의 FOMC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각각 25bp의 인하를 예상한 것이다.

올해 총 75bp의 추가 인하를 전망한 Fed 위원도 존재하지만 한 명이다. 오히려 추가 25bp 인하가 7명, 추가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 위원도 2명이 존재한다. 9월 FOMC 이후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해 다수의 Fed 위원들의 공식적인 발언이 있었던 가운데, 대부분의 Fed 위원들은 경기가 강한 만큼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인하를 시사했다.

하지만 Fed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맛본 시장은 Fed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점진적인 인하에도 불구하고 추가 빅컷 등 빠른 금리인하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10월 4일에 발표된 9월 고용지표 이후 바뀌었다.

9월에 발표된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25만4000명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4만7000명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지난 7~8월의 고용부진으로 확대된 경기 둔화 우려를 벗어난 것이다. 3개월 이동평균 고용자 수도 18.6만 명으로 전달(14.0만 명)보다 크게 반등했다. 실업률도 4.1%로 전달(4.2%)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보면 4.05%로 전달(4.22%)보다 0.17%포인트,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7월(4.25%)보다 0.20%포인트 낮아졌다.

9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전망보다 강한 모습이 확인되자 시장은 Fed의 금리 전망을 빠르게 되돌렸다. 고용지표 발표 전 시장은 11월 FOMC에서의 50bp 인하 가능성을 30% 정도 반영했지만 고용지표 발표 후 빅컷 기대감은 사라졌으며 오히려 소폭이지만 동결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Fed는 꾸준히 한 차례의 데이터에 과민 반응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9월 고용지표의 서프라이즈로 Fed의 연내 추가 두 차례 인하 전망이 후퇴한다고 단정 짓기에는 섣부르다.

다만 9월 FOMC에서 올해 말 실업률을 4.4%로 전망하면서 연내 추가 두 차례의 인하를 전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월 FOMC 전 발표될 10월 고용지표까지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면 Fed는 연내 추가 인하 횟수는 두 차례가 아닌 한 차례로 축소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고용지표 발표 이후 시장은 Fed의 ‘오판’ 가능성에서 ‘Fed에 맞서지 말라’ 격언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채권 매수의 기회로 활용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 하락한 미 국채금리는 고용시장 발표 이후 과격하게 반응했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고용지표 발표 이후 하루 만에 21.2bp 상승한 3.96%까지 올랐으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2.7bp 상승한 3.98%까지 올랐다. 이후 미 국채 2년과 10년 모두 추가 상승해 4%를 재차 상회했다. 2년물은 파월 의장이 9월 FOMC에서 금리인하를 시사한 8월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10년물은 8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방 압력을 받는 점으로 시장금리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상회하고 있는 점은 채권을 매수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8월 초 이후 경제 침체 우려가 반영되면서 금리는 빠르게 하락해 10년 금리는 3.6%까지 하락했다. Fed의 최종 기준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됐을 때의 기준금리)가 3.00~3.5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6%대의 10년물 금리는 채권을 매수하기에는 좋은 금리 수준은 아니었다.

채권 투자를 통해 수익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해야 하는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금리가 하락할(=채권 가격이 상승할) 여력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Fed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반영됐던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는 것이지 기준금리의 방향성이 아래로 향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Fed의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걱정보다는 높아진 금리(=낮아진 가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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