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생활이 어려워서"...국민연금 당겨쓴 노인 '역대 최다'

6월까지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 91만5039명
제도 도입한 1999년 이후 최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국민연금을 당초 예정된 나이보다 앞당겨 받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국민연금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는 91만5039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7807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기연금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는 2020년 67만 3842명, 2021명 71만 4367명, 2022년 76만 5342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은 1961~64년생은 63세부터, 65~68년생은 64세부터, 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다. 법정 정년이 60세인 상황에서 연금액의 손해를 무릅쓰고 미리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5년간 연도별 국민연금 조기연금 신규 수급자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는 11만2031명에 달했다.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10만명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를 보면 2018년 4만3544명, 2019년 5만3607명, 2020년 5만1883명, 2021년 4만7707명, 2022년 5만9314명 등으로 6만명 선 언저리였다.

조기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통상적인 지급 개시 연령보다 1~5년부터 앞당겨 받는 제도다.

이른 퇴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진 이들을 위해 도입했다. 그러나 조기 노령연금을 선택하면 앞당겨 받는 1년당 약 6%포인트씩 연금액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당초 63세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1964년생이 5년 앞당겨 58세부터 받을 경우, 당초 연금액 대비 70%만 받을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기연금 수급자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뒤로 미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래 은퇴 뒤 연금을 받는 나이는 만 60세로 묶여 있었다. 법정정년(60세)과 맞춘 것이다.

하지만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재정안정 조치 차원에서 1998년 1차 연금 개혁 때 2013년부터 61세로 늦춰졌다. 이어 이후 5년마다 1세씩 연장되면서 최종적으로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받도록 변경됐다.

이에 따라 중장년 세대의 은퇴 후 소득 공백을 메꾸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한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로, 정년(60세)을 꽉 채운다 해도 연금 수급까지 3년을 버텨야 한다.

아울러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점도 조기연금 수급자가 급증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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