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관광'은 왜 틱톡 트렌드가 됐을까

대형마트 배경으로 틱톡 콘텐츠 촬영
큰 짐 깔리기, 제품 포즈 따라하기 등 관심

고물가 기조에 가성비 소비 주목받으며
저렴한 제품 찾아 알려주는 콘텐츠도 인기

틱톡에서 인기를 끄는 대형마트 콘텐츠. (사진=틱톡 갈무리)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트렌드가 시작되는 플랫폼으로 유명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서 최근 인기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대형마트’다. 목적은 장보기가 아니다. 잘 꾸민 모습으로 최신 유행 숏폼 콘텐츠를 찍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특색 있는 식료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거나 ‘큰 짐 깔리기’, ‘제품 포즈 따라하기’ 등의 콘텐츠를 만든다. 젊은층의 발걸음이 뜸하던 마트가 힙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 마트가 힙해졌다?대형마트의 주력 고객은 가족 단위의 3040세대다. 판매 제품이 1인 맞춤형 간편식과 소포장보다는 2~3인 이상의 식료품 위주로 구성된 탓이다. 이 때문에 젊은층은 소포장 제품이 많고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을 주로 방문한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로 1020세대가 모이고 있다. 마트가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숏폼 챌린지의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마트가 인기를 얻게 된 주된 요인으로는 △챌린지 촬영 △인플루언서(유명인) 협업 상품 소비 △가성비 콘텐츠 촬영 등이 꼽힌다.

유명 요리잡지 ‘푸드앤와인’은 “식료품점 투어(Grocery Store Tourism)가 틱톡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틱토커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감자칩을 알려주고 특이한 먹거리를 공유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를 하면 거주지역 근처 마트를 방문하고 조금 멀어도 특별한 점포를 찾아가는 영상도 인기다.

특히 해외에서는 ‘에러혼(erewhon)’ 마트가 틱토커들의 촬영지로 선택됐다. 에러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10개의 매장을 둔 고급 슈퍼마켓 체인으로 비싼 가격에도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자주 찾는 것이 알려지면서 젊은층의 유입이 늘어났다.

에러혼의 전략은 ‘스타와의 협업 상품 출시’다. 최근에는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유명 모델인 헤일리 비버와 선보인 ‘뷰티 스무디’가 인기를 얻으며 에러혼이 틱톡 필수 촬영지가 됐다. 심지어 이 스무디는 18달러(2만5000원)에 달한다. 정식 명칭은 ‘헤일리 비버 스트로베리 글레이즈드 스킨 스무디’다. 아몬드 밀크, 코코넛 크림, 메이플 시럽, 아보카도, 바나나 등이 포함됐다.
미국 대형마트 체인점 에러혼이 헤일리 비버와 협업해 선보인 스무디. (사진=헤일리 비버 틱톡)


올 상반기 할리우드 인플루언서 가족 ‘카다시안 패밀리’의 일원이자 유명 모델 켄달 제너와도 ‘피치스 앤 크림 스무디’를 선보이며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 가격은 23달러(약 3만원). 콤부차, 요거트 등 유기농 식료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틱토커들이 대형마트를 찾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큰 짐 깔리기’, ‘제품 포즈 따라하기’ 등이다.

‘큰 짐 깔리기’는 원근법을 활용한 이색 콘텐츠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인물보다 가까이 보여줘 마치 제품에 깔리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방식이다. ‘제품 포즈 따라하기’는 제품 외관 이미지에 포함된 인물과 비슷한 구도로 포즈를 취하는 콘텐츠다. 예를 들어 기저귀 포장지에 있는 아이의 포즈를 따라하거나 천하장사 소시지 외관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팔을 들어올리는 방식이다. ◆ 한국도 마찬가지…틱톡 찍으러 마트 간다영상만 찍는 것은 아니다. 직접 장을 보고 전체 가격을 알려주는 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 사용자들은 ‘함께 장보기(Shop With Me)’라는 문구를 활용해 마트 콘텐츠를 찍어 자신의 틱톡에 게재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가성비 소비’가 주목받자 직접 마트에 방문해 저렴한 제품들을 찾아 알려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마트가 틱톡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음식을 발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틱톡에 따르면 사용자의 49%는 틱톡에서 대형마트 또는 식료품 장보기 콘텐츠를 시청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소비를 했고 30%는 직접 대형마트를 방문했다고 답했다. 또 24%는 대형마트에서 콘텐츠 관련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들의 틱톡 활용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영국의 대형마트 체인점 모리슨과 독일의 대형마트 체인 알디는 틱톡 계정에서 샐러디볼, 수박 샌드위치 등 인기 있는 요리법을 소개해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기 콘텐츠를 공유하고 새로운 도전과 적극적인 참여를 선호하는 틱톡 사용자들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대형마트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광객도 찾는다.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여행 코스’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이 즐겨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5%에서 올해(1~9월 기준) 40%로 증가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공항철도 종점에 위치한 특성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출국 직전 많이 찾는 매장이다.

이들은 한국 관광 필수 코스로 롯데마트를 찾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국의 미를 알리는 한국문화 상품관 ‘BOMUL(보물)’과 함께 K-뷰티 상품으로 가득한 ‘롭스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자 캐리어 물품 보관 서비스, 캐리어 전용 정리대, 외화 환전기와 국제 택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특화존도 운영하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의 구매 빈도가 높은 과자, 커피, 견과 등 인기 상품들만 모아놓아 매장 곳곳을 찾지 않더라도 한눈에 볼 수 있는 편의성으로 인해 외국인 고객의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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