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문닫을 수도"...전공의 떠난 대형병원의 '눈물'

의정 갈등 장기화로 심각한 경영난
주요 대형병원들 일제히 적자 기록

서울아산병원은 작년 상반기 749억원의 수익을 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뉴스1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17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개 국공립 의대 소속 12개 의료기관의 평균 당기순손실은 27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85억6천만원)보다 평균 192억6000만원 증가했다.

적자가 가장 큰 곳은 서울대병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627억9000만원으로, 국공립대 부설 의료기관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작년 상반기 수익이 308억3000만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418억8000만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가장 높은 순손실 증가 폭(727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대형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작년 상반기 749억원의 수익을 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16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전년 대비 순손실이 무려 965억원 증가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올해 상반기 130억9000만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160억3000만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이로써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135억1000만원에 달했다. 빅5 병원 중 나머지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은 재무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

사립대 병원의 적자도 심각하다.

사립대 부설 의료기관 63곳 중 24곳이 제출한 재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적자를 본 곳은 17곳이다.

이들 병원은 작년 상반기 69억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33억7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보면서 평균적으로 순손실이 103억5000만원 증가했다.

특히 연세세브란스병원은 작년 상반기 수익이 737억1000만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60억3000만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순손실 증가 폭(897억4000만원)이 가장 컸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로 대학병원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며 "병원들이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립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이 시설 투자나 교육 등의 목적을 위해 적립하는 돈을 의미한다. 일정액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해주는 세제 혜택이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연세대세브란스병원 5551억5000만원, 서울성모병원 510억원 등 사립대 병원 18곳이 평균 648억3000만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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