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 사들고 '주주제안' 공세…행동주의 타깃된 두산밥캣

두산밥캣의 완전 전동식 스키드-스티어 로더 S7X. 사진=두산밥캣


두산밥캣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최근 약 4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두산밥캣의 지분 1%를 사모은 뒤 주주환원율을 확대하고 비주력 자산 등의 매각을 요구하는 주주제안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서한에는 최근 두산그룹 사업재편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재추진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회사 측이 천명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두산 측이 당초 밥캣과 로보틱스간 합병 추진과정에서 매수청구권으로 사용하려던 1조5000억원가량을 주주환원용으로 사용하라는 요구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 1986년생 이창환 대표가 설립했다.

그해 9월 SM엔터테인먼트 소수 지분을 확보한 후 주주제안을 통해 SM엔터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매년 수백억원의 용역 비용을 지불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 계약 종료를 이끌어내며 이름을 알렸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그동안 JB금융지주와 SM엔터테인먼트 등 대주주 지분이 10%대로 낮은 곳들을 표적으로 삼아왔다. 이들 회사 지분을 사들인 뒤에 다른 주주와 손잡고 주주제안을 하거나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대 0.63으로 거의 동일하게 평가받았다는 측면에서 최대주주에게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합병 비율을 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며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까지 전방위 압박을 받았다.

결국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합병 계획을 철회하고, 두산로보틱스를 독립시킨 채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상법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 1% 이상 지분을 보유할 경우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하다.

통상 주주총회 시즌인 3월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활발한 시기로 꼽히지만, 올해 정부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따라 명분을 확보한 행동주의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등 주주환원 압박이 벌써부터 거세다.

지난 16일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굴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팰리서캐피털이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확보해 10대주주로 올라선 다음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안을 촉구했다.

팰리서는 지난해 12월 삼성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에 변혁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4일에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에 한국인삼공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발송하기도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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