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올린 은행들

10월 금통위, 21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p↓
반면 은행 주담대, 일주일 새 소폭 올라

시장금리 하락, 대출 금리에 일정 시차 두고 반영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요구 압박도 한몫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년여의 통화 긴축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하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일주일 새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50∼5.720%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11일 당시(연 3.990∼5.780%)와 비교하면 일주일 새 하단이 0.160%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04%에서 3.292%로 0.012%p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담대 금리가 시장금리와 반대로 움직였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750∼6.540%)도 상·하단이 각각 0.040%p 올랐다.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360%에서 3.400%로 0.040%p 상승한 영향이다.

기준금리가 내렸는데도 주담대 금리가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권에 따르면 이렇게 된 배경은 기본적으로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 금리에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픽스 금리는 주요 은행들이 전월 취급한 수신상품 금액과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된다. 시장금리 변동이 예금 금리 등을 거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예대차익 확대 전망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기준금리 인하로 머지않아 대출금리도 내릴 가능성이 높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워 당분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눈에 띄게 낮출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전망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여전해 대출금리를 바로 내리기는 어려운 상
황"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1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들이 자체 목표치를 넘겨 대출을 내준 영향이 컸다며 "은행 스스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대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예금금리는 곧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조정에 맞춰 예금 금리를 즉각 조정했으나, 최근에는 금리 조정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45% 수준으로 1주일 전과 변화가 없었다.

정기예금 금리는 아직 큰 변동이 없지만 조만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은행권 예대차익(대출금리-예금금리)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대출 금리는 내리지 않으면서 예금 금리만 인하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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