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기자회견 저격
"장씨 가문도 고려아연 공동경영…회사 역사와 정체성 부정"
영풍이 22일 "MBK와 영풍, 그리고 장형진 고문 측은 고려아연을 경영한 적이 전혀 없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은 고려아연 스스로가 회사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이 반박했다. 이날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5.34% 획득 과정에 대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이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이 고려아연을 경영한 적이 없다"고 발언하자 영풍이 사실과 다르다며 영풍그룹 설립 역사가 담긴 반박문을 낸 것이다.
영풍은 황해도 출신인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동업해 1949년 서울 종로구에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1970년대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석포제련소를 설립하며 비철금속 제련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영풍이 1974년 정부의 울산 온산비철금속단지 조성 당시 아연 제련 사업자로 선정돼 제련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고려아연을 설립하고 1978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세웠다.
영풍은 "영풍 설립 당시 최기호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았고, 2대 회장을 장병희 창업주가 맡는 등 양 가문은 공동으로 두 회사를 경영해왔다. 장병희 창업주가 고려아연의 사장을 맡기도 하는 등 창업 초기 장 씨 가문도 고려아연을 경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영풍은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두 회사가 크게 성장함에 따라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영풍과 전자계열사는 장씨 가문 측이,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 측이 각각 나눠 맡으며 자율 경영을 이어 온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기업집단 영풍에 속해 있는 계열회사라는 것은 고려아연 사업보고서에도 명시돼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두 가문과 두 회사가 70여년의 세월동안 아름답게 이어온 '동업'의 정신을 한 순간에 깨트리고 건실한 회사를 망가트리는 것은 최기호 창업주의 3세 최윤범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며 "고려아연을 사유화하려는 탐욕은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절정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 금액 3조6000억원 가운데 2조6500억원을 외부에서 빌려온 차입금"이라며 "소수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원 넘는 빚을 포함해 3조원이 넘는 회삿돈을 허공에 불태우는 격"이라고 했다.
이어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훼손된 거버넌스를 바로잡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라며 "수조원의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펑펑 쓰는 현 경영진의 행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영풍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가 아닌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경영 정상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