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보면 이긴다…기회 찾는 K-배터리[15대 산업 경쟁력 리포트]

전기차 업계 캐즘으로 배터리 업황도 악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8% 성장에 그쳐

K배터리 점유율 30%대에서 20%대로 내려앉아
중국, 내수시장 앞세워 점유율 늘려

K-배터리, 안전성이 차별점…중국과 달라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특허, 한국이 최다

[커버스토리: 한국 15대 산업 경쟁력 리포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캐즘’을 겪으면서 배터리 업황도 악화되고 있다. 캐즘은 기대를 모으는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가 대중화 단계로 넘어설 때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 또는 후퇴하는 현상을 뜻한다. 올 상반기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8% 성장에 그쳤다. 동시에 중국의 저가 배터리 경쟁이 과열되면서 K-배터리의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K-배터리는 3강 체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개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K-배터리 영향력이 해마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0%대에서 20%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몇 년 새 20%대 점유율에서 10%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020년 22.6%에서 이듬해 20.3%로 감소했고 2022년 13.6%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내수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웠다. 중국 정부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신에너지차를 일정 비율로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행하면서 배터리 산업을 키웠다. 이 수혜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인 CATL과 2위인 BYD가 누렸다. 이들 업체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리튬이온 종류인 LFP 배터리를 앞세워 입지를 확대했다. 글로벌 완성차로는 테슬라와 현대차·기아만 적용해오던 LFP 배터리는 2025년부터 르노를 제외한 모든 업체에서 채택한다.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커온 중국의 배터리 업체는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게 된다. K-배터리 업체도 LFP 배터리를 만들고 있으나 가격 면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다행인 것은 K-배터리만의 차별점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바로 ‘안전성’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배터리의 경쟁력은 기술력에 있다. 배터리 모니터링·유지·제어 시스템이자 ‘두뇌’라고 불리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특허 역시 한국 업체들이 많이 확보하고 있다. 세계 1위 특허 회사가 바로 LG에너지솔루션이다. BMS 기술력은 배터리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에서도 K-배터리 영향력이 높다. ‘꿈의 배터리’로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가연성의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지다.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누수 위험이 없고 화재 위험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기존 2차전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30년 전후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했다. 삼성SDI는 2013년부터 소형 기기에 들어가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전고체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선점 경쟁을 하는 분야다. 중국에서는 CATL이 2027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K-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까지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가격 경쟁력만 끌어올린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일본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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