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끝이 아닌' 고려아연 분쟁…공개매수→주총으로 戰場 이동

최윤범 우호지분 35.4%로 확대…MBK연합과 3%p 차이
고려아연 "시장 불안 키운 MBK 검찰 고발 등 검토"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 실패, 장기전 돌입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뉴스1



고려아연이 우군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총 11.26%의 지분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획득했다.

고려아연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서 지난 23일 마감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총주식의 11.26%인 233만1302주를 샀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로 9.85% 지분(204만30주)을, 베인캐피털은 1.41% 지분(29만1272주)을 각각 확보했다.

소각 방침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와 별도로 베인캐피털이 진행한 공개매수만을 통해서는 지분 1.41%에 해당하는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기존의 33.99%에서 35.4%로 높아지게 됐다.

MBK·영풍 연합은 앞선 공개매수로 38.47%까지 지분을 높여 놓아 양측의 지분 격차는 약 3%다.

양측의 공개매수는 종료됐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을 통한 지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양측의 공개매수에 응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면 조속히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경영권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양측의 분쟁은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대전을 거쳐 본격적인 주총 의결권 대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시중 유통물량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시장 불확실성을 확대한 사실에 대해서 시장교란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MBK·영풍은 투자자에게 34.9%의 유통물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만으로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다 청약하지 못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한편 MBK와 영풍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시그널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킨 의혹이 있다는 게 당사의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89만원에 시중 유통물량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인 발행주식의 약 20%를 매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중 17.5%는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매수하고, 2.5%의 경우 베인캐피탈이 취득한다는 계획이었다.

고려아연은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의혹 등으로 당사가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5.34%가 응하면서 실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유통물량이 감소했다"고 했다.

MBK·영풍 연합은 이날 공개매수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다수의 주주가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MBK·영풍 연합은 "우리 공개매수가(83만원)보다 주당 6만원이나 높았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많은 수의 주주가 청약하지 않은 점은 그만큼 무너진 고려아연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바로 세우겠다는 MBK와 영풍의 대의에 동참하고 이를 지지하는 주주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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