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소외지역에 볕 드나…연말까지 개통 노선 살펴보니[비즈니스 포커스]
입력 2024-11-04 08:45:30
수정 2024-11-04 08:45:30
‘옷깃만 스쳐도 호재’였던 부동산 대세 상승기가 끝난 지 2년이 지났다. 수도권에 한정해 오르락내리락하던 집값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조용해진 분위기다.
이처럼 조용한 가운데서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철도노선 개통이 줄줄이 이어진다. 올해 11월부터 연말까지 두 달간 개통되는 철도노선만 총 500㎞에 달한다. 노선은 10여 개. 추진 계획만 나와도 뜨거웠던 상승기만큼의 화제성은 없지만 실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교통편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철도노선 개통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신규 개통되는 노선의 정차 지역은 그동안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 인프라에서 소외됐던 지역이다. 일부 노선은 도심까지 연결되려면 수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반쪽짜리지만 철도 계획이 단계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등장해도 실제 개통까지는 십수 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철도 소외지역에 집중, 완성은 아직
연말까지 개통되는 주요 철도노선은 총 10여 개에 달한다. 이들 노선은 경기 북부와 서남부, 충청 서부, 경북권에 집중돼 있다. 이중 지금껏 지하철이나 여객철도가 정차하지 않았던 곳이 많아 대중교통 양극화 해소에 한몫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노선은 서울 도심, 수도권과 연결되는 광역철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파주운정~서울역 구간(32.4km)과 서해선 서화성~홍성 구간(90km)이다.
12월 개통하는 GTX-A는 최고속도 시속 180km의 대심도 열차로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서울 도심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삼성역 정차를 통해 ‘파주, 일산에서 강남까지 30분’이라고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이번 파주운정~서울역 구간 개통으로 서울 도심 접근성이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핵심 구간인 서울역~삼성역은 2026에나 완공이 가능할 예정이며 삼성역 개통은 2028~2029년까지 연기된 상황이다. 이처럼 강남으로 직결이 되지 않으면서 지난 3월 개통한 동탄~수서 구간의 평일 이용객은 예상치인 2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동탄~수서 구간 이용객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12월에는 일산(대곡역)과 의정부를 잇는 교외선이 개통한다. 이용객 감소 문제로 2004년 운행을 중단했던 교외선이 재개통하면 의정부 주민들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홍성과 화성을 잇는 서해선 구간은 11월 2일 개통을 앞두고 요금도 이미 결정됐다. 기본요금은 4800원으로 종점인 홍성부터 서화성역까지는 8500원이 책정됐다. 운행열차가 KTX에서 ITX-마음으로 바뀌면서 요금은 저렴해졌다. 매일 서화성 방면과 홍성 방면이 각각 4회씩 운행한다.
아쉬운 점은 안산 원시~서화성 구간의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개통한 대곡~소사 구간과 단절됐고 서울 김포공항역(서울5호선·9호선·공항철도 환승), 고양시 대곡역(서울3호선·경의중앙선·GTX-A)으로 직결이 어려워졌다. 안산 원시~서화성 구간은 선로를 신안산선과 공유하는데 신안산선 완공 시기가 2026년 말까지 연기된 상태다. 신안산선은 민자사업(넥스트레인 시행)으로 진행 중인데 토지수용 보상 및 시흥시청역 개찰부 인허가 지연 문제로 공기가 연장되고 있다.
서해선은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도 시흥과 안산, 화성 서부지역에 철도인프라를 공급하고 충청권과 수도권 연계를 높이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집중된 교통량도 분산이 필요했다. 화성시는 선로가 단절된 현재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원시역 전 역인 초지역부터 서화성역까지 오고 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같은 시기 개통하는 평택선(안중역~평택역)을 통해 경부선(수도권1호선)과 순환노선도 계획 중이다. 전북 익산에서부터 연결되는 장항선도 홍성을 통해 서해선과 연결된다.
부산에서 강릉까지 철도로서해선이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라면 동해선과 중부내륙고속철도(KTX)는 각각 동부와 중부 지역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2월 중부내륙고속철도 청주~문경 구간과 동해선 영덕~삼척 구간이 개통한다. 중부내륙고속철도는 기존에 개통한 이천~충주 구간을 통해 수도권으로 연결된다.
동해선은 일명 ‘동해중부선’에 속하는 영덕~삼척 구간이 개통되며 부산에서 강릉까지 동해안가를 따라 연결된다. 국토교통부는 부산 부전역에서 강릉까지 ITX-마음을 운행할 계획이다. 강원도와 경북, 부산 등 각 지자체는 빨라진 이동시간으로 인해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 삼척시는 역사 내 관광 안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택시, 시티투어를 개설할 계획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광역철도화도 진행 중이다. 연말 개통되는 대경선은 대구·경북 지역을 연결하는 ‘대구권 광역철도’의 새 이름이다. 대경선은 북부에 위치한 구미부터 대구를 거쳐 남부인 경산으로 이어지는데 신규로 선로를 만든 것이 아닌 기존 선로를 계량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높여 운행한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또한 대구 동구 안심역에서 경산 하양역까지 종점이 길어진다.
이 같은 개통 호재가 당장 집값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 철도망을 중심으로 인구가 늘거나 지역 거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에선 자가용 이용률이 높지만 철도는 날씨 등 환경의 영향 없이 예측 가능한 시간 동안 이동이 가능한 수단이다.
일각에선 광역철도 조성으로 인해 지방 거점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용객이 적은 것으로 유명했던 청주국제공항의 경우 KTX를 이용해 국제선을 타려는 타 지역 이용객들이 급격히 몰리며 생기를 찾았다. 지난해 청주공항 이용객은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을 앞서 경험한 일본의 경우 지방에서도 각종 상업시설과 인프라가 집중된 역세권에 주민들이 몰려 사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지방을 살리는 방안으로 부상한 ‘메가시티’ 또한 여러 행정구역을 단순 통합하는 것을 넘어 광역교통망을 통해 핵심 거점까지 ‘1시간 생활권’을 형성해야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