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론 솔솔…‘꿈틀’하는 대구 아파트 시장[비즈니스 포커스]

대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미분양의 무덤’으로 악명 높던 대구에서 ‘바닥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분양 실적이 나쁘지 않은 데다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도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대구 부동산 시장은 전국에 알려질 정도로 침체했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미분양이 많은 도시였던 탓이다. 이로 인해 주택공급이 워낙 없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분양이 줄고 앞으로 발생할 만한 공급 부족 현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려는 심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계상 대구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다. 상승거래는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 집중됐다. 이런 국지적 움직임을 제외하면 투자자도 실수요자도 아직은 저렴한 매물만 찾고 있다.
거래 늘고 신고가 나와
대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은 상반기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기점은 4월 ‘대구 범어 아이파크’ 아파트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5.3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면서부터다. 해당 단지는 후분양으로 공급돼 분양가격이 전용면적 84㎡ 타입 기준 10억원대로 인근 시세보다 다소 높았다.

수성구에 위치한 범어동은 높은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학군과 범어네거리 학원가를 갖추고 있어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그만큼 주거 선호도가 높다.

최근에는 수성구 내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10월 황금동 소재 ‘힐스테이트황금엘포레’ 전용면적 84㎡A 타입이 8억69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단지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9월에는 두산동 ‘수성 레이크 푸르지오’와 만촌동 ‘만촌 자이르네’ 전용면적 84㎡ 타입이 나란히 최고가를 기록했다.

만촌 자이르네는 ‘범어 자이’와 함께 대구 수성구에 공급된 대표 단지로 지난해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잔여물량 계약 완료에 성공했다. 분양 ‘완판’(완전판매)에 힘입어 시세도 오른 셈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도 늘고 있다. 10월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올해 대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9950건이다. 아직 10월 손바뀜된 매매 건에 대한 거래신고 기간이 남았는데도 지난해 1만9044건보다 많다.
공급 가뭄에 감소하는 미분양

일각에선 “투자자들이 대구로 내려갔다”는 말도 나온다. 앞으로 2~3년간 공급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곧 대구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도 물량이 많아 고생했는데 이후 공급이 마르면서 다시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대구 내 주택공급은 급감했다. 국토부가 집계한 공동주택 분양실적을 보면 지난해 내내 대구에선 34가구가 분양됐다. 올해는 8월 기준 이보다 많은 1858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왔지만 1개 대단지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 시도 중 최고로 많은 미분양 물량 탓에 분양시장이 움츠러든 탓이다.

공급이 감소한 만큼 미분양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7월 1만70호였던 미분양 가구수는 8월 9410으로 줄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공사 완료 후 미분양 물량도 7월에 정점을 기록한 뒤 8월 감소했다. 아직은 싸야 팔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10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 전환하지 못한 채 하락하고 있다. 다만 하락폭은 완만해졌다.

10월 1~2주에 걸쳐 –0.11%였던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3주 들어 –0.05%를 기록했다. 10월 3주까지 누적 상승률도 지난해 –8.29%에서 올해 –4.01%로 하락세가 완만해졌다. 서구와 달서구는 각각 0.09%, 0.07% 하락했다.

결국 거래는 늘었지만 저렴한 매물이 주로 팔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내려간 것은 맞으나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나온 것들이 할인 분양할 때 ‘줍줍’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성구 외 지역에선 준공 후 미분양이 여전히 골치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일부 미분양 단지에선 기존 수분양자가 시행자로부터 할인 분양을 받은 집주인의 입주를 막는 등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기축 아파트 시장과 달리 아파트 분양권 및 입주권 거래는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분양권·입주권 거래 건수는 4528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2587건으로 감소했다. 단순히 공급감소 탓도 있지만 할인해주지 않으면 분양가격이 높아 선뜻 매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1777만원에서 2014만원으로 높아졌다. 대구 외에 분양가격이 3.3㎡당 2000만원이 넘는 곳은 서울, 울산, 부산, 대전, 제주뿐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부동산 빅데이터 연구원은 “공급물량이 아직 많은 상태에서 수요자들이 지금처럼 높은 가격에 분양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사업자 입장에선 분양가를 너무 쉽게 할인해주면 배임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할인분양을 받는 것보다 시장에 나온 기존 아파트 매물 중 싼 것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대구 부동산 시장은 전고점 대비 90% 정도 올라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아직 바닥을 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2년간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대구 지역을 수주한 건설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2026년부터 2027년 사이 공급이 마르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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