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동부에 1년 치 폭우가 하루 만에 쏟아져 큰 피해가 발생했다.
30일(현지 시각)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전날부터 급작스러운 폭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최소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이번 폭우를 ‘스페인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홍수’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피해 지역인 발렌시아에서는 92명이 숨졌으며,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 2명이,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도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폭우와 함께 토네이도가 발생하고 우박도 떨어지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거리와 도로에 물이 넘치며 교통이 마비됐으며, 다리와 건물도 파괴됐다. 15만 명의 전기 사용도 중단됐다. 또 스페인산 감귤류 3분의 2를 생산하는 농경지도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기상청은 발렌시아 일부 지역에 1년 치 강수량이 단 8시간 만에 쏟아졌다고 밝혔다.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서는 4시간여 만에 318mm 이상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발렌시아의 10월 평균 강수량(72mm)의 4배를 넘는 수치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고타 프리아’(gota fria)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고타 프리아는 이베리아반도의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로 내려오는 기상 현상이다. 찬 공기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해 극심한 폭우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물 증발을 증가시켰고, 구름이 더 많은 비를 머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중해는 지난 8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영국 레딩대 기후과학과 교수인 리처드 앨런은 "이번 폭우는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 위로 차가운 공기 방울이 966km 넘게 움직이면서 발생했다"며 “엄청난 양의 습기가 스페인의 산맥을 타고 이동하면서 지속적인 폭우와 심각한 수준의 갑작스러운 홍수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기상 협회 회원이자 기상학자 에르네스토 로드리게스 카미노는 “이런 종류의 사건은 수십 년 간격으로 발생했지만, 지금은 더 빈번해지고 파괴력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